한동훈 “윤 대통령이 이태원 조작 얘기? 믿지 않아”···당내에서도 “충격”

2024.06.28 10:30 입력 문광호 기자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24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초선의원 공부모임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28일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회고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에 대해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밝힌 것을 두고 “윤 대통령이 그런 말을 했을 거라 믿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김 전 국회의장 비판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일부에선 “사실이라면 충격적”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한동훈 후보는 이날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의장의 주장에 대해 “그 직후에 대통령실에서 그런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반론 입장을 낸 걸 봤다”며 “저는 그 말을 신뢰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은 청담동 술자리 의혹 같은 말 같지 않은 것도 전 당력을 총동원해서 정체공세를 하는 정당”이라며 “(김 전 의장 주장이 사실이면) 2년이 되도록 왜 이야기를 안 했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런 말을 대통령이 하셨을 거라 믿지 않는다”고 했다.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의장이 스스로 본인 명예 훼손하고 있다”며 “사회적 재난이나 참사가 있을 때마다 민주당은 항상 그 재난을 정쟁화하고 정치 도구로 활용하고 정쟁을 일상화하는 모습을 반복해왔다. 민주당 출신으로 의장을 지내신 분이 그런 말씀 하시니까 참 너무나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대통령과의 어떤 대화를 왜곡해서 주장하시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라며 “본인의 왜곡된 발언과 기억은 취소하고 사과하셔야 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대통령실의 입장이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당시 차로 하나만 더 개방했어도, 그러니까 차선 하나만 막아놓고 사람들을 통행하게 했어도 이런 사고가 안 났을 것이라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굉장히 많았지 않나”라며 “그런 부분에서 정말 안타까움을 토로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차로 하나만 개방하거나 현장의 경찰서장이 조금만 일찍 움직였어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일을), 이 정도까지 커지지 않을 수 있는 사고를 국가적 참사가 되도록 방치한 현장 책임자들을 질타하는 그런 뜻이 아니었을까 싶다”고 주장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사실이라면 충격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 출연해 “일단 당연히 충격적”이라며 “내용 면에서 논점인 대통령의 발언 문제로 들어가면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는데 만약에 이런 말이 있었다면 이것은 굉장히 충격적이고 있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조작된 사건이란 건) 사실도 아니거니와 대통령이 발언했다고 하는 이 말 자체가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그래서도 안 되는 일이기 때문에 굉장히 충격적”이라며 “국회의장과 대통령 간의 대화였고 당시에 이태원 참사 때문에 이상민 장관에 대한 해임을 해야 된다는 이야기들이 실제로 나왔을 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대통령실이 여기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선을 그어줬으면 좋겠다. 이 이태원 참사만큼은 해석이 열려 있으면 안 된다”며 “대통령실에서 분명한 입장을 내주고 이런 사실,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고 비극이라고 생각하고 유가족들을 위한 조치를 다하겠다는 이야기를 재확인시켜주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김 전 의장이 최근 발간한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에 따르면 김 전 의장은 2022년 12월5일 이태원 참사에 따른 이상민 장관 거취 문제를 두고 윤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다. 김 전 의장은 “윤 대통령은 자신이 이태원 참사에 관해 강한 의심이 가는 게 있어 아무래도 (이 장관의 거취) 결정을 못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게 무엇인지 물었더니 ‘이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라며 “(윤 대통령이) 그럴 경우 이 장관을 물러나게 한다면 억울한 일이라는 얘기를 이어갔다”고 전했다.

당시 국민의힘 내 일부 의원은 이태원 참사 직후 실제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제기된 음모론을 국회 상임위에서 거론하기도 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2022년 11월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일각에서 들리는 말에 의하면 시위대에 있던 사람들이 오후 8시30분에 해산되고 난 다음 대거 이태원쪽으로 몰려왔단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당시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을 향해 “지금 시중, 유튜브 등에서 떠도는 이야기 중에는 뒤에서 ‘밀어 밀어’ 했다는 이야기, (특정인이) 주먹을 (쥐었다) 펴면서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왔다갔다 하게 했단 이야기가 있는데 확인해야 한다”며 “경찰 혹은 검찰이 나서서 원인을 밝히고 결과에 따라 책임질 건 지고 그 이후 정치, 도의적 책임을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문기사 보기
상단으로 이동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경향신문 뉴스 앱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