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 흉기 됐다”는 이진숙…언론계 “MBC 장악용 인물”

2024.07.04 20:56 입력 2024.07.04 22:19 수정 박채연 기자

윤 대통령, 방통위원장 후보 지명

이 내정자, ‘2인 체제’ 강행 피력

“이동관·김홍일 정치탄핵에 떠나

공영언론, 노동단체서 독립해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가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인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이 4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되면서 ‘2인 체제’ 방통위의 강경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사들의 임기 종료가 가장 임박한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이 여권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고, 새 이사진 구성에 따라 현 MBC 사장이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야당과 언론계는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의지를 보여주는 후보 지명”이라며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 내정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방통위원장으로 지명된 후 인사말을 통해 “방송이 지금 공기가 아니라 흉기라고 불리기도 한다. 특히 공영방송이 그런 비판을 받는다”며 “공영방송, 공영언론이 노동권력 노동단체에서도 독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영방송, 공영언론 다수 구성원이 민주노총 조직원”이라고 했다. MBC ‘바이든-날리면’ 보도와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 등에 대해선 “가짜 허위 기사들”이라고 했다. 또 앞서 사퇴한 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에 대해서는 “이 두 분은 업무 수행에 있어서 어떤 불법적 행위에도 가담하지 않았다”면서 “정치적인 탄핵을 앞두고 대한민국의 방송과 통신을 담당하는 기관의 업무가 중단되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자리 떠난 분”이라고 했다.

이 내정자는 이달 말 방통위원장으로 임명된 후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의결부터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의결한 MBC 대주주인 방문진과 KBS·EBS 이사진 선임 계획을 이어받는 것이다. ‘2인 체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상인 부위원장과 함께 절차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12일 임기가 만료되는 방문진 이사진이 여권 위주로 교체되면, 임기가 2년가량 남은 현 MBC 사장에 대한 해임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야권이 이 내정자의 지명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국회 인사청문회는 반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지난해 8월 여권 추천 몫 방통위원으로 이 내정자가 추천됐을 때 동의를 거부한 적이 있다. 하지만 방통위원장 임명에는 국회 동의가 필수적이지 않아 윤 대통령은 이 내정자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이진숙, MBC 노조탄압 논란…윤석열 캠프서 대변인 활동

‘2인 체제 강행→ 야당 탄핵 추진→ 탄핵 전 사퇴’가 반복되고 있는 최근의 방통위 사정을 감안하면, 이 내정자는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의 3개월보다 짧은 기간 위원장직을 수행할 가능성이 있다. 2인 체제 방통위가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절차를 진행한다면 야당이 또다시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탄핵소추안 통과 시 직무정지가 되는 위험을 피하고자 그 역시 자진사퇴의 길을 선택할 수 있다. 2인 체제 의결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정 공방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언론계와 시민사회는 즉각 반발했다. 방송기자연합회 등 7개의 언론현업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이진숙은 윤(석열) 정권의 언론자유 파괴와 공영방송 장악을 부인하고, 언론에 대한 국가검열을 획책해온 전임 방통위원장들의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도 “방통위 설립 목적의 정반대에 서 있는 인물”이라며 “그런 인물을 방통위원장에 앉히려는 목적은 MBC 장악과 MBC 민영화 선언”이라고 했다.

2012년 김재철 MBC 사장 당시 기획홍보본부장이던 이 내정자는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MBC 민영화 밀실 추진’ 비밀회동을 가져 논란을 빚었다.

같은 해 직원들의 파업 당시 동의 없이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해 노조 간부의 자료를 열람한 것을 두고, 대법원은 2016년 김 전 사장 등 다른 경영진과 함께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19년 자유한국당에 입당했고 2021년 윤석열 대선캠프에서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원문기사 보기
상단으로 이동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경향신문 뉴스 앱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