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눈물 흘린 여직원···“희망이 보인다는 벅찬 마음에 운 것 같다”

2017.05.12 14:27 입력 2017.05.12 17:25 수정 주영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취임 후 첫 공식 외부 행사로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났다. 이날 노동자들은 대통령 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직면한 차별과 고용불안정을 증언하고 최선을 다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나서달라고 부탁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행사장에 입장해 노동자들과 악수를 나눈 뒤 “인천공항공사에 아주 기쁜 소식이 있다고 해서 함께 나누려고 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끝나자 인천공항공사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6명이 차례로 발언했다.

12일 오전 문재인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 4층 CIP 라운지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2일 오전 문재인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 4층 CIP 라운지에서 열린‘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2일 오전 문재인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 4층 CIP 라운지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를 마치고 공항을 떠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2일 오전 문재인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 4층 CIP 라운지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를 마치고 공항을 떠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2일 오전 문재인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 4층 CIP 라운지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를 마치고 공항을 떠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보안경비 분야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는 “비정규직으로 14년째 일하는데 3년마다 업체가 바뀌면서 그때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린다”며 “최저 시급에 육박하는 급여를 받는데 단가가 같아 십 년을 일하든 일 년을 일하든 차이가 작다”고 말했다. 시설 유지·보수 업무를 맡은 노동자는 “다시 신입사원으로 돌아가야 하는 현실 때문에 힘들다. 노동조건이나 복지 조건과 관련한 고충을 이야기하면 업체는 우리가 할 수 있는게 없다고 하고 원청은 우리 책임이 아니라고 전가해 대부분 저희 의견이 무시되는 현실이다”며 “똑같은 노동자로서 책임감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좋은 방안을 마련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항 소방대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119 소방관과 똑같은 제복을 입고 있지만 소방관들은 공무원 신분이고 저희는 민간 소방대원 신분이다”며 “소방관들은 사망시 순직처리되지만 저희는 일반 사망으로 처리된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이 말 할 때마다 종종 고개를 끄덕이던 문 대통령은 이 대목에서 처음 알았다는 듯 약간 놀란 표정을 짓기도 했다.

12일 오전 인천공항공사 4층 CIP 라운지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행사에 참석한 인천공항공사의 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 여직원은 이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인천공항공사 노조에서 일하는 간부가 이 자리에서 사장을 처음 만났다면서 노동조합 운동을 하는 조합원들이 늘상 해고의 위험에 처해 있다는 말을 한 참이었다. 보안검색 요원인 이 직원은 “이렇게 많은 가족분들이 힘들어 하는 걸 보니 가슴이 너무 아팠다. 저희를 찾아주시는 것에 희망이 보인다는 벅찬 마음에 운 것 같다. 많이 안아주십시오. 정말 최선을 다해서”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함께 한 정일영 사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발언 뒤에 1만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직원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정 사장은 “비정규직 직원들이 많다보니 전문성도 떨어지고 운영 전략도 축적돼야 하는데 그렇게 안되고 고용이 불안하다보니 사기도 떨어지는 점이 있다. 나름대로 개선해보려고 했느데 기획재정부 지침이 그렇게 안 돼 있다”며 “(대통령) 공약 사항처럼 제가 앞장서서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공항 핵심 업무를 포함해서 공항 가족 1만명 모두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뒤이어 다시 연단에 선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 노동자들 상당수가 비정규직으로 고용불안과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있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이 정규직의 절반수준이라 아주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이 있고 그로 인한 양극화가 우리 사회의 통합과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정부와 공공부분부터 모범적 사용자가 되겠다”며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상시·지속적 업무, 생명·안전 관련 업무는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해야 한다”며 “각 부처는 올 하반기 내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실태에 대해 전면 실태조사하고 비정규직 문제 해소를 위한 로드맵을 작성”할 것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기재부의 공공부문 평가지침이 고용 규모를 늘리지 않는 것을 지표로 삼은 것이 악순환을 가져왔다며 고용을 늘리고 정규직 전환에 힘쓰는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대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공항공사가 모범적인 공공기관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전체 근무인원 중에 84%가 비정규직이라는 노동자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다”며 “이제는 달라져야 할 것 같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돼 고용이 안정되고 처우가 개선돼 더 당당하게 자부심 갖고 일할 수 있다면 인천공항공사의 경쟁력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가 끝난 뒤에 문 대통령은 참석한 비정규직 노동자, 시민들의 셀카 요청에 수분간 응대하며 계속 악수를 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에게 처음 사진을 찍자고 요청한 청소 노동자에게는 “먼저 얘기하셨으니 단독의 기회를 드리겠다”며 둘이서만 찍기도 했다. 함께 선 노동자들의 어깨에 손을 올리거나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그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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