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부탁에…한국 남은 추신수, 보름 만에 홈런포

2021.08.29 21:47 입력 2021.08.29 21:50 수정 인천 | 이용균 기자

코로나 확진 아내 “미국 오지 말라”

시즌 15호…‘20홈런-20도루’ 임박

SSG, KIA 9 대 0 꺾고 주말 2연승

SSG 추신수가 29일 인천 KIA전에서 3회 솔로홈런을 때리고 있다. SSG 랜더스 제공

SSG 추신수(39)에게 28일 오후는 평생 기억에 남을 특별한 3시간이 됐다. 추신수는 “정말 큰 감동을 받았다. 감독님과 동료들의 마음이 내 마음에 오래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어쩌면 그 마음이 모여서 15일 만의 홈런을 만들었고 6연패 뒤 2연승을 만들었다.

추신수는 지난 28일 문학 KIA전 첫 타석 볼넷을 고른 뒤 교체됐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아내 하원미씨 걱정에 곧장 미국행을 준비했다. 며칠 전부터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고, 확진 판정이 나왔다.

추신수는 29일 KIA전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였으면 바로 집으로 갔다. 팀 사정 때문에 고민하고 있던 중에 감독님이 부르셨다”고 했다. 경기 직전 김원형 감독은 “팀보다 가족이 중요하다. 지금 더 중요한 일을 하는 게 맞다”며 미국행을 허락했다. 구단은 서둘러 티켓을 구하는 등 출국준비에 나섰다.

추신수는 “팀이 연패 중이었다. 선수 한 명 뺀다는 게 쉬운 결정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큰 감동을 받았다”며 “감독님께 여러 번 감사 말씀을 드렸다. 어서 가라고 등 떠밀어 준 동료들도 너무 고맙다. 어찌 보면 야구단은 직장인데, 정말 가족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미국행은 취소됐다. 아내 하원미씨가 “나는 괜찮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SSG 팀 사정을 잘 아는 데다, 남편의 야구 스타일도 잘 안다. 하씨는 ‘가뜩이나 타격감이 안 좋은데, 미국 다녀가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까지 들었다. 추신수는 “무빈이가 열 여섯이 돼서 면허증을 땄다. 동생들 학교도 잘 데려다 주고 돌봐줄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마음들이 모였다. SSG는 28일 KIA전을 12-4로 이긴데 이어 29일 경기도 9-0으로 이겼다. 추신수는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고른 뒤 한유섬의 스리런 홈런 때 홈을 밟았고, 4-0으로 앞선 3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쐐기 솔로 홈런(15호)을 때렸다. 추신수는 “어쩌면 해프닝이 될 수도 있는 어제 3시간이었지만, 그 3시간 동안 정말 많은 걸 얻었다”고 말했다.

SSG는 연패 위기를 벗어나 가을야구를 향한 힘을 얻었다. 추신수의 미국행을 둘러싼 마음들은 2승보다 더 큰 힘이 될 수도 있다. 추신수는 “전반기에도 여러 어려움 겪고 이겼고, 그 기억들이 있다. 조금씩 전반기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며 “일단 나부터 더 나아져야 한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추신수는 이날 홈런으로 15홈런 17도루를 기록하게 됐다. 20홈런-20도루 클럽 달성이 눈앞에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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