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극초음속 미사일로 총공세…우크라 마리우폴 함락 위기

2022.03.20 21:55 입력 2022.03.20 22:55 수정 박은하 기자

러 육로 확보 요충지…시의회 “민간인 400명 대피 건물 폭격”

푸틴, 크름반도 병합 기념식 참석…건강이상설·쿠데타 일축

러시아군에 3주 넘게 포위된 채 무차별 포격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남부 요충지 마리우폴이 함락 위기에 처했다. 우크라이나군의 강한 저항에 부딪힌 러시아군은 이틀 연속으로 극초음속 미사일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19일(현지시간) “우리 군대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지만, 불행하게도 적군의 규모는 우리보다 크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러시아군이 도시 내부로 깊숙이 진격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이 도시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마리우폴 시의회는 20일 “러시아군이 주민 약 400명이 대피한 예술학교 건물을 폭격했다”면서 “주민들이 잔해 아래에 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공습당해 붕괴한 극장 건물 내부에도 아직 1300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마리우폴은 물과 전기, 식량 등이 몇주간 끊긴 상태에서 병원, 아파트, 민간인 대피소로 활용되던 극장까지 무차별적 포격을 당했다. 시 당국에 따르면 개전 이후 2500명이 사망했으며, 도시 전체가 폐허로 변했다.

항구도시인 마리우폴은 2014년 합병한 크름반도(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 러시아 본토를 가로지르는 길목에 있다.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을 장악하면 돈바스 지역을 지나 러시아 국경까지 이르는 육로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보급 능력 확충은 물론 본토에서 전투기를 동원하는 것도 용이해진다.

푸틴 대통령의 분노도 마리우폴총공세의 배경으로 꼽힌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미 상원 정보위원회 연구원 에밀리 하딩은 “러시아 지휘관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필사적”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단시간 내 우크라이나를 점령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8명가량의 군 장성급 고위인사를 해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20일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사용해 미콜라이아우 지역 군 연료 저장소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전날에도 킨잘 미사일로 남서부 델라이틴에 있는 탄약 저장 시설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델라이틴은 루마니아 국경에서 불과 60㎞ 떨어진 곳이다. 킨잘은 마하 10의 극초음속으로 비행하며 최대 사거리는 2000㎞에 달한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8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크름반도 병합 8주년 기념식에 참여했다. 20만명의 군중이 모여 푸틴 대통령을 지지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서방 일각에서 제기된 건강이상설, 쿠데타 가능성 등을 일축하고 정치적 입지가 건재함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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