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나카소네 장남의 의원 당선 위해 2004년 신자들 대거 동원”

2023.02.16 22:15 입력 2023.02.16 22:16 수정 박용하 기자

일 신문 ‘문선명 발언’ 보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구 통일교) 창시자인 고 문선명 총재가 2005년 신자들을 상대로 한 설교에서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의 장남인 히로후미 전 외상을 의원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통일교 신자 300가구를 동원해 선거를 도왔음을 밝혔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16일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한글로 쓰인 문 총재의 발언록 615권 중 일부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발언록에 따르면 문 총재는 2005년 1월 설교에서 “히로후미를 선거에서 당선시키려고 통일교회 멤버들 300가정 이상이 기록적으로 선거에 참여했다”며 “그렇기에 당선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 총재는 나카소네라는 이름을 ‘중대한 입장에 있는 자가 중간에서 뿌리를 연결해간다’라는 뜻이라 풀이하며 “중대한 사명을 잃어버리면 일족이, 후손이 망해가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또 “부자가 하나가 돼 원조를 하지 않으면 잘라버린다. 통일교회는 무서운 곳”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히로후미 전 외상은 1982~1987년 재임했던 나카소네 전 총리의 장남이다.

마이니치는 문 총재의 발언과 관련해 “나카소네 전 총리의 은퇴로 나카소네 가문이 쇠퇴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히로후미가 출마한 2004년 참의원 선거에 대해 말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1982년부터 5년여간 집권하며 보수 정계에서 중요한 입지를 구축했으나, 2003년 의원직을 은퇴했다. 발언록에는 나카소네 전 총리에 대한 언급도 빈번하게 나와 부자 2대에 걸쳐 통일교와 접점을 가졌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마이니치는 발언록만 두고는 실제 통일교가 히로후미 전 외상의 선거를 지원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문제는 지속적인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히로후미 전 외상은 1986년 참의원 선거에서 처음 당선된 뒤 현재까지 7선에 이르고 있다. 2004년 참의원 선거 당시에는 경선에서 자민당 현직 의원과 맞붙어 격전을 치렀으며, 8000여표 차로 힘겨운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 전 총리 사망 사건 이후 통일교와 정계의 유착 관계가 논란이 됐다. 자민당은 지난해 9월 소속 의원들에 대한 조사 결과를 공표했으나, 히로후미 전 외상은 포함되지 않았다. 히로후미 전 외상 측은 “지금까지 (통일교가) 선거 지원 의뢰를 하거나, 실제 지원을 받은 것은 전혀 없었다”며 “이에 당에 보고할 것도 없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원문기사 보기
상단으로 이동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경향신문 뉴스 앱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