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위기의 ‘나비효과’… 러시아·우크라이나 곡물 파동 때마다 제3세계 반정부 폭동 불러

2012.08.22 22:02 입력 2012.08.22 23:44 수정 이재덕 기자

투기자본 사재기·값 폭등

중동·북아프리카 등 휘청… 정치·사회적 혼란 줄이어

“아이쉬(빵)! 호레아(자유)!”

지난해 초 이집트 국민들은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의 퇴진을 요구하며 타흐리르 광장 등 거리로 나섰다.

이집트의 주식인 ‘아이쉬’ 가격이 치솟자 무바라크 30년 장기 독재에 대한 불만이 더해지면서 민주화 시위로 번진 것이다.

아이쉬 가격 급등은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집트에서 직선거리로 3000㎞ 떨어진 러시아에서 2010년 7월 가뭄이 발생, 밀 생산량이 급락하면서 발생했다.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도 식료품 등 생필품 가격 폭등이 독재정권에 대한 불만과 겹쳐 반정부 시위를 순식간에 확산시켰다.

이후 반정부 시위는 알제리, 리비아, 예멘, 바레인, 이란 등으로 번져나갔다. 러시아의 가뭄이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민주화로 이어지는 ‘나비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재스민 혁명은 ‘밀 가격 상승’이 도화선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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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008년 곡물파동은 미국, 인도, 중국 등에서 시작됐다. 파동의 진폭은 국제 투기자본이 원자재 사재기에 나서면서 커졌다.

게다가 신흥국의 육류 소비가 늘면서 사료용 곡물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아르헨티나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곡물수출국은 자국의 수요 공급이 우선이라는 이유로 밀, 옥수수, 대두에 수출세를 부과하거나 수출중단을 선언했다. 곡물 가격이 유례없이 치솟았다.

선진국과 신흥개도국, 곡물수출국들의 ‘날갯짓’에 정작 휘청댄 것은 3세계 국가의 빈민층이었다.

2008년 2월 아프리카 카메룬에서는 식품 가격과 오일 가격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어났고 이는 반정부 시위로 번졌다. 4월 방글라데시에서는 1만5000명의 노동자들이 높은 식품 가격과 낮은 임금에 항의하며 공장시설을 파괴하고 버스와 승용차를 부수는 등의 폭동이 발생했다.

인도네시아, 코트디부아르, 이집트, 아이티, 모잠비크 등 30여개국에서 시위와 폭동이 끊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발 곡물 가격 급등 상황이 심각해지면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 국가에서 또다시 시위와 폭동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민주화 시위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당장 눈여겨봐야 할 곳은 알제리, 수단, 바레인 등이다. 바레인은 수니파와 시아파 간 크고 작은 갈등이 계속돼 정치사회적으로 혼란기를 겪고 있다. 알제리와 수단은 실업률이 30%를 넘어섰다.

수단의 경우 최근 남수단이 분리되면서 무력충돌 등 정치적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중동아프리카학과 교수는 “알제리와 수단은 2010년 곡물파동 때 크고 작은 시위를 경험한 나라들로 정치, 사회, 경제적 환경도 예전 튀니지나 이집트와 유사해 물가 폭등으로 경제가 어려워지면 또다시 폭동, 시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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