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세 '세계 최장수' 기록 여성… 사실은 99세 딸?

2019.01.07 17:27 입력 2019.01.07 18:18 수정 심윤지 기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노인’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프랑스 여성이 최근 나이 조작 의혹에 휩싸였다.

잔 루이즈 칼망(1875~1997)은 122년 하고도 164일을 더 살았다. 에펠탑이 건설되기 14년 전 프랑스 아를 지방에서 태어나 1888년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에게 미술을 배웠다. 그는 독이 묻은 체리를 먹은 남편, 늑막염에 걸린 딸, 교통사고를 당한 손자의 죽음을 모두 지켜본 후에야 세상을 등졌다. 행정 체계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 않은 19세기임에도 출생과 사망 기록이 공식적으로 남아있어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러시아 수학자 니콜라이 자크가 1일(현지시간) 리서치게이트에 게재한 논문에서 “1997년 사망한 것은 (세계 최장수 노인으로 알려진) 잔 칼망이 아니라 그의 딸 이본 칼망”이라고 주장했다. A는 이본 칼망과 잔 칼망의 코끝을 비교한 사진, B는 이본 칼망의 코. C는 117세 당시 잔 칼망의 모습. 리서치게이트 갈무리

1895년 잔 칼망의 사진. 자크는 잔 칼망의 어린 시절 사진에서는 코끝이 뭉툭한 반면, 노년 이후의 사진에서는 코 끝이 뾰족하다고 주장했다. 위키미디어 갈무리.

그런데 최근 한 러시아 수학자가 칼망의 기록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니콜라이 자크라는 이름의 이 연구자는 지난 1일(현지시간) 과학자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리서치게이트에 “1997년 사망한 것은 잔 칼망이 아니라 그의 딸 이본 칼망”이었으며 “딸 이본이 거액의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1930년대부터 죽은 어머니 행세를 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게재했다. 만약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1997년 사망 당시 이본의 나이는 99세에 불과하다.

자크 박사는 1930년대 칼망의 여권 사진을 근거로 제시했다. 칼망의 눈동자 색깔이나 이마, 턱의 모양이 노년기 얼굴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칼망의 신장이 100세 넘어서까지 1인치도 줄지 않았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105세 이상의 사망률을 연구했다는 그는 이러한 감소폭이 정상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앵테르라디오는 “잔 칼망은 사기꾼인가?”라는 헤드라인을 달아 자크의 주장을 소개하기도 했다.

121번째 생일을 맞은 장 칼망의 모습. AFP연합뉴스

이틀 뒤 칼망의 나이를 검증했던 인구통계학자 장 마리 로빈이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에 “모든 주장은 놀랍도록 부실하고 아무 근거가 없다”고 반박하면서 진위 여부를 둘러싼 논쟁에 불이 붙었다. 그는 칼망이 생전 인터뷰에서 수학선생님이나 가사도우미 이름처럼 본인이 아니면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에도 응했다고 말했다. “자크의 가설대로라면 너무나 많은 사람이 거짓말을 해야 한다”며 “하루아침에 부인으로 둔갑한 딸을 남편이 눈감아주었다는 것이냐”고도 했다.

일각에서는 칼망 모녀의 시신을 부검해 DNA 검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5일 나이 기록을 둘러싼 논란이 이전에도 드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인 시게치요 이즈미는 1986년 사망 당시 120세로 알려지면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남성”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실제 나이는 105세 밑이라는 연구부터 125세가 넘는다는 연구까지 다양한 주장이 엇갈리면서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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