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대 ‘지역화폐 깡’ 조폭 20명 검거

2021.03.03 21:01 입력 2021.03.03 22:05 수정 최인진 기자

유령회사 세워 허위 결제 수법

고등학생 포함 1330여명 모집

다단계 방식 4억대 차익 챙겨

지방자치단체에서 모바일(QR코드) 방식으로 발행하는 지역화폐 구매 비용이 액면가보다 10% 저렴한 점을 노려 수십억원을 허위 결제하는 수법으로 차액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사기·보조금관리법·지방재정법 위반 등 혐의로 총책 A씨와 모집 총책을 맡은 조직폭력배 B씨 등 4명을 구속하고 중간 모집책 역할을 한 조폭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경기·충남·울산 지역에 유령업체 6곳을 차려놓고 지역화폐 47억5000만원 상당을 허위로 결제해 할인액 10%에 해당하는 4억75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등은 최근 발행되는 지역화폐가 기존 상품권이나 실물 카드로 현장에서 결제하는 방식뿐 아니라 모바일 상품권과 QR코드를 이용해 매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결제할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 빈 사무실에 10만원 남짓의 가계약금만 걸고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한 이들은 이 계약서를 토대로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증을 낸 뒤 곧바로 지자체에 지역화폐 가맹 신청을 냈다. 관할 지자체는 실사 등 절차 없이 이들이 낸 서류만 보고 가맹 허가를 내줬다.

B씨 등은 대전·충남·전북 지역의 조폭들을 동원해 지인과 지역 후배 등을 다단계 방식으로 모아 고등학생 200여명 등 1330여명을 모집했다. 이어 이들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1인당 구매 한도액인 50만∼100만원어치의 지역화폐를 사들였다. 결제에는 매장별로 부여된 QR코드가 사용됐다. 이들은 해당 QR코드 이미지를 복사해둔 뒤 매장 방문 없이 휴대전화로 모바일 상품권을 원격 결제했다.

경찰 관계자는 “학생들은 지역 선배인 조폭들의 강요로 휴대전화를 빌려줬을 뿐 실제 범행에 가담하거나 금전을 빼앗기지는 않았다”며 “확인된 유령업체의 지역화폐 가맹 등록을 취소하고 이들이 취득한 범죄수익에 대해 환수 조치하도록 해당 지자체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현재 QR코드를 이용한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지자체는 전국에 79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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