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여성 비하로 사퇴, 삐걱대는 도쿄올림픽

2021.03.18 16:45 입력 2021.03.18 16:47 수정 김윤나영 기자

도쿄올림픽 개·폐회식 총괄책임자인 사사키 히로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여성 연예인 외모 비하 발언을 한 후 사의를 표했다. 사진은 사사키가 지난해 12월23일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던 모습. 도쿄|AP교도통신연합뉴스

도쿄올림픽의 개·폐회식 총괄 책임자가 여성의 외모를 돼지로 비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의를 표명했다.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조직위원장이 여성 혐오 발언 논란 끝에 지난달 12일 사임한 지 불과 한달여 만이다. 끊이지 않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여성혐오 논란은 그렇지 않아도 올림픽 개최에 부정적인 여론에 기름을 붓고 있다.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은 17일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폐회식 총괄책임자인 사사키 히로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여성 탤런트의 외모를 모욕했다고 보도했다. 사사키가 지난해 3월 도쿄 패럴림픽 홍보를 맡은 일본 인기 탤런트인 와타나베 나오미의 외모를 돼지로 비하하는 내용의 개회식 연출안을 메신저 라인(LINE)에서 담당 팀원들과 공유했다는 것이다.

사사키는 영어로 돼지를 뜻하는 ‘피그’(pig)와 올림픽의 일본식 발음인 ‘핏구’를 연계해 와타나베가 돼지로 분장해 익살스러운 연기를 하자는 아이디어를 행사 연출 계획에 제안했다. 그러나 이 안은 여성 외모 비하적이라는 팀원들의 반발로 폐기됐다. 와타나베는 18일 사사키의 발언에 대해 “솔직히 놀랐다”면서 “각각의 개성을 존중해 서로 인정할 수 있는 세계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사사키 디렉터는 18일 새벽 “개회식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내 생각과 발언에 매우 부적절한 표현이 있었다”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사의를 표명했다. 사표는 곧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인다. 마이니치신문은 “모리 전 위원장의 경우 여성 멸시 발언 후 사임까지 9일이 걸리는 바람에 비판이 국내외로 퍼져 도쿄올림픽 이미지가 손상됐다”면서 “오는 25일 성화 봉송 시작을 앞두고 조직위 관계자들 사이에서 모리 전 위원장의 전철을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고 전했다.

이로써 조직위는 올림픽 개막을 불과 4개월여 앞두고 위원장과 개·폐회식 총괄 책임자를 교체하는 이례적인 상황에 처했다. 앞서 모리 전 위원장은 지난 2월 3일 일본올림픽위원회(JOC) 임시 평의원회에서 “여성이 많은 이사회는 (회의 진행에) 시간이 걸린다”는 발언으로 비판받은 끝에 지난달 12일 물러났다. 하시모토 세이코 신임 조직위원장이 여성 이사 비율을 40%로 늘리겠다고 약속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악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익명의 한 조직위 이사는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지다니 올림픽 모독이다”라고 마이니치신문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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