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이 경제 망치는 죄인인가

2019.07.03 20:40 입력 2019.07.03 20:46 수정
김종훈 논설위원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이 29% 올랐다. 그러자 일부 야당과 보수언론, 사용자단체의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최저임금 탓에 경제가 역성장했고, 일자리가 줄었고, 자영업자가 줄도산했으며, 소득격차는 더 벌어졌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앞세워 ‘어떤 경제도 감당할 수 없는 일’로 만들었다. 정부도 속도조절론을 꺼내고, 여당은 동결 주장까지 했다. 이런 프레임이 ‘먹혔다’고 생각했는지 2020년 최저임금을 결정 중인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 위원들은 ‘시간당 350원 삭감’을 주장했다.

[경향의 눈]최저임금이 경제 망치는 죄인인가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8350원이다. 하루 8시간 일하면 1일 6만6800원, 월 174만5150원을 손에 쥔다. 올해 2인 가구 최저생계비와 거의 같다. 지난해 국내 1000대 기업의 평균 연봉은 5537만원이다. 일을 하는 국민에게 대기업 평균 임금의 40%는 주라는 것인데, 그게 우리 경제를 망치는 원인일까.

자영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564만명이었다. 1년 전보다 4만4000명, 0.8% 줄었다. ‘줄도산’ 운운할 정도는 아니다.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를 보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398만7000명으로 8만7000명이 감소했다. 반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최저임금 인상에도 165만1000명으로 4만3000명이 되레 늘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ㄱ씨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의문은 풀렸다. 그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으로 직원을 더 고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ㄱ씨는 “인건비 부담도 크지만 무엇보다 식당을 찾는 사람이 줄어, 이러다가는 문을 닫게 생겼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는 고통스럽다. 정부는 이를 주의 깊게 관찰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들의 고통을 최저임금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 자영업자 중 70%는 최저임금과 무관한 가족경영 또는 ‘나홀로 점포’들이다. 이들이 어려운 이유는 따로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소상공인 500곳을 조사한 자료를 보자. 10곳 중 8곳의 경영이 좋지 않았다. 소상공인들은 어려움의 원인을 소비 위축(83.5%), 원가 상승(27.8%), 경쟁 심화(27.3%), 인건비 증가(22.3%) 등의 순으로 답했다. 이것저것 다 살펴봐도 자영업자를 힘들게 하는 원인에서 최저임금은 후순위다.

5월 말 현재 만 15세 이상 고용률은 61.5%다. 2017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취업자 수도 2732만명으로 2017년 말 대비 60만명 가까이 늘었다. 실업자 수는 114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12만명이 늘었다. 같은 기간 경제활동인구는 72만명이 늘었는데, 이 중 19만명이 새롭게 구직 활동에 뛰어든 경우다. 늘어난 구직 희망자가 실업자 수·실업률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지난해 지출부문 경제성장 기여도를 보면, 민간소비가 1.3%포인트로 수출(1.4%포인트)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다. 지난해 2.7% 경제성장률의 절반 정도를 가계소비가 견인한 셈이다. 최저임금이 생산 측면에서는 비용의 증가로 나타났지만, 소비 측면에서는 지출의 증가로 이어져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낸 셈이다.

지난 2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OECD 국가 중 3위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것은 사실이다. 이를 놓고 너무 상승속도가 빠르다는 주장을 한다. 그런데 한국의 최저임금은 지난 1월 말 현재 6.4유로로 OECD 회원국 평균과 같다. 정규직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역시 41.4%로 OECD 평균(41.1%)과 가깝다. 빠르다는 평가보다는 뒤늦게 적정수준으로 오르는 과정으로 보는 게 맞다.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의 직간접 영향을 받은 수혜자는 552만명(27.7%)이다. 1인당 월평균 10만8000원의 소득이 개선됐다. 저소득층의 소득이 늘면서 노동소득분배율이나, 임금불평등 지수, 지니계수 등이 모두 개선됐다. 그러나 일자리를 잃은 사람은 인상 효과를 볼 수 없다. 고용안전망 밖으로 밀려났으니 삶은 더 힘겨워졌다. 이것이 소득분배를 악화시킨 원인이다. 이 문제 해결은 일자리와 실업부조를 확대하는 것으로 풀어야 한다.

최저임금은 문재인 정부 때만 크게 오른 게 아니다. 1990~1991년에는 36.6%, 2000~2002년에 31%가 각각 올랐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사용자가 모두 지는 것도 아니다. 정부는 일자리안정자금을 통해 5인 미만 사업장은 월 1인당 최대 15만원, 5인 이상 사업장은 13만원씩을 지원한다. 정부가 올해 최저임금 상승분인 17만1380원의 대부분을 보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나쁜 경제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최저임금 탓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최저임금은 노동자가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전판’이다. 이마저 보장 못하는 경제라면 그것이야말로 ‘죄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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