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익 50% 낸 재벌이 고용은 1% 늘리다니

2018.04.03 20:38 입력 2018.04.03 20:39 수정

주총이 끝나면서 기업들의 성적을 집계한 통계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우선 상장사 533곳의 매출·영업익·순익이 지난해보다 각각 10%, 30%, 40% 안팎씩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도체 등 특정 분야가 두드러졌지만 전체적으로도 외형과 수익성 성장세가 확연했다. 경영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여러 악재를 딛고 이룩한 의미있는 실적이라 할 만하다.

무엇보다 자산 5조원 이상 57개 대기업집단 소속 338곳의 경우 영업이익이 55% 늘었지만 고용은 고작 1.8%(1만8315명) 증가했다는 통계가 주목된다. 고용 없는 성장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갈수록 심각한 상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조선·중공업 등의 일자리 감소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상당수의 기업은 막대한 이익을 내고도 고용창출에 인색했다.

기업들은 일자리 얘기만 나오면 규제가 많다느니, 노조가 세다느니, 세금이 많다느니 하는 핑계로 미적대왔다. 하지만 지난 9년간의 보수정권 시절 수많은 규제완화와 세금감면에도 고용이 나아지지 않은 걸 감안하면 이런 주장은 유효하지 않다.

기업들이 투자는 해외에서, 인력 구조조정은 국내에서 해왔다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이 같은 행태가 단기적으로 기업이득 증가로 나타날 수는 있겠지만 종국적으로는 실이 크다. 고용이 줄면 가계 소득 감소, 소비 축소로 이어져 내수 기반을 무너뜨린다. 최근 미국이나 일본 기업들이 앞다퉈 유턴하는 것도 이런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일자리에 대한 대기업들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