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원인… 미·중 대리전 성격도

2014.05.14 21:37 입력 2014.05.14 22:19 수정 베이징 | 오관철 특파원

중, 베트남대사 불러 항의

중국과 베트남이 지난해 10월 총리 회담에서 남중국해 공동개발에 합의한 지 7개월 만에 격렬한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봉합되는 듯하다가도 갈등으로 이어지는 양국의 영유권 분쟁은 애증의 역사로 점철된 양국 관계를 보여준다.

두 나라는 해묵은 영토분쟁을 벌여 왔지만 최근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쪽으로 분위기가 형성돼 왔던 게 사실이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지난해 10월 베트남을 방문, 양국이 해상 개발공작팀을 구성해 남중국해의 유전과 가스전을 공동 개발하자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지난 1일 중국 해양석유총공사가 파라셀 군도 부근에 일방적으로 원유시추 시설을 설치하면서 관계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중국이 약속 위반이란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베트남과 분쟁을 벌이는 것은, 미국의 ‘아시아 복귀’ 전략에 대한 의지를 시험해 보려는 성격이 강하다. 지난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본과 필리핀을 방문, 동맹 강화에 나서자 남중국해는 중국의 핵심 이익이란 점을 국제 사회에 각인시키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베트남으로서도 중국의 공세를 묵인한다면 국내 여론의 비판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어 사실상 반중 시위를 묵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으로도 베트남은 중·소 분쟁에서 소련 편을 드는 등 중국에 고분고분하지 않았다. 자두창 중국 사회과학원 동남아 전문가는 “베트남과 필리핀은 미국의 보호하에 있으며 이를 믿고 중국에 도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베트남에서 반중 기류가 확산되고 있는 것과 관련, “주중 베트남 대사를 초치해 엄중히 항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어제(13일) 하루 동안 베트남 선박이 중국 측 선박을 169번이나 들이받았고 기자를 태워 현장을 취재하게 했다”며 “사건을 확대하려는 쇼”라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는 베트남에 있거나 베트남으로 여행하려는 중국인들에게 여행 경고령을 내렸다.

그러나 베트남이 강경 일변도로 나가기엔 부담이 만만치 않다. 중국은 베트남의 최대 무역 파트너이며, 베트남은 저렴한 소비재와 각종 원재료를 매년 수십억달러어치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중국을 압박하는 미·일 공조 속에 필리핀과도 척을 지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베트남과 관계가 완전히 틀어진다면 상당한 외교적 부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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