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 가해자 검거해보니 "10대~20대 초반 학생"

2020.10.06 11:15 입력 2020.10.06 11:35 수정 류인하 기자

서울시의 ‘찾아가는 지지동반자’가 경찰과 협조해 어린 10대 학생을 상대로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른 가해자 3명을 검거했다고 6일 밝혔다.

검거한 가해자 모두 10대 중반~20대 초반 학생으로, 이들은 어린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친밀감을 형성한 뒤 사진 등을 요구해 협박하는 전형적인 수법을 보였다.

서울시 ‘찾아가는 지지동반자’에 도움을 요청한 피해자들은 게임이나 채팅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등 온라인 공간이 가진 익명성을 이용해 자신들을 정서적으로 지지해주는 가해자들에게 ‘길들여진’ 뒤 협박에 의해 사진이나 영상물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에 출연시켜주겠다”는 말에 속아 사진을 전송하고, 해당 사진들을 유포하겠다고 협박에 못이겨 성폭행까지 당한 피해자에서부터 ‘찾아가는 지지동반자’의 지원을 받은 피해자들은 11세, 13세, 19세의 어린 청소년들이었다.

이중 11세와 13세 여학생은 초등학생으로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온라인 접속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쉽게 가해자들의 표적이 됐다.

A양(11세)은 부모가 모두 맞벌이로 빈 집에서 혼자 게임을 하던 중 같은 게임에 접속한 가해자와 대화를 나누면서 정서적 위로와 지지를 받았다. 처음에는 얼굴사진에서 시작해 가해자는 점차 수위가 높은 사진을 촬영해 전송할 것을 요구했고, A양이 이를 거부하자 “그동안 보낸 사진을 학교 게시판에 올려줄까?” “SNS 친구들에게 다 뿌려줄까?”라고 협박, 사진과 영상을 전송받았다. A양의 피해사실은 A양의 행동에 이상을 느낀 부모가 휴대폰 ‘휴지통’을 검색하던 중 A양이 찍어보낸 사진을 발견하고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B양(13세) 역시 오픈채팅방에서 만난 2명의 남성과 대화를 나누다 남성들로부터 “야한 놀이, 노예놀이를 하자”는 제안을 수락, 남성들이 요구하는 사진을 전송해 넘겼다. B양의 어머니는 아이의 휴대전화를 보던 중 채팅방에서 이뤄진 대화를 보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또 지지동반자를 통해 고소장을 제출, 지지동반자로부터 진술동행 지원 등을 받았다. 검거결과 가해자들은 10대 중학생과 20대 초반의 대학생으로 드러났다.

검거된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성범죄 방식은 게임·채팅앱을 통해 접근한 뒤 정서적 지지를 해주며 성착위 영상을 받아내는 경우, 야한놀이·노예미션과 같은 ‘재미있는 놀이’를 하자고 접근해 성착취 영상물을 요구하는 경우, 꿈을 이뤄주겠다고 접근해 사진·영상물 등을 요구하는 경우 등 ‘n번방’에서 드러난 각종 범행과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서울시 ‘찾아가는 동반자’에 지원을 요구한 청소년 피해자는 지난해 10월~올해 3월까지 10명에 불과했으나 3월 중순~8월까지 21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른 서울시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지원은 74건에서 309건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서울시는 디지털 성폭력 온라인 플랫폼인 ‘온 서울 세이프(https://www.onseoulsafe.kr)’를 신설, 6일부터 운영에 들어간다. 부모님을 비롯해 누구에게도 말하기 어려운 피해를 신고할 수 있으며, 익명으로 이뤄진다. 월~금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신고 및 상담이 가능하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입은 아동·청소년이나 상담이 필요한 학부모, 교사 등은 ‘찾아가는 지지동반자’(02-2275-2201)로 직접 전화 문의도 가능하다. 운영시간은 월~금, 오전 10시~오후 5시까지다.

송다영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이후에도 디지털 성범죄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현실” 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 있는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악질적인 범죄가 증가하는 만큼, 서울시는 모든 권한을 활용해 예방에서부터 피해자를 위한 ‘아동청소년 전담 지지동반자’나 법률 지원서비스 등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전방위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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