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먹은 치킨 한 조각도 환경파괴의 결과물일 수 있다

2020.11.26 16:54 입력 2020.11.26 23:36 수정 이윤정 기자

브라질의 ‘물탱크’라 불리는 케라두 사바나(오른쪽) 지역이 콩밭(왼쪽)으로 개간된 모습. |그린피스·가디언

영국 대형 마켓과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납품되는 닭고기가 브라질 환경파괴의 결과물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곡물회사인 카길(Cargill)이 브라질 사바나지역인 케라두(Cerrado) 초원을 불법개간한 농장에서 재배한 콩을 대형 패스트푸드점에 납품되는 닭을 먹이는 사료로 가공해왔다고 가디언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내 패스트푸드점에서 파는 치킨 한 조각이 브라질 삼림파괴 서클의 고리일 수 있다는 것이다. 카길은 한국 등 70개국에 농산물을 수입·수출 하는 글로벌기업이어서, 지구촌 소비자들이 의식하지 못한 채 환경파괴에 동참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디언은 영국 비영리민간언론단체 탐사보도국(BIJ), 그린피스 등과 공동 조사를 통해 ‘케라두 콩’의 수입 과정을 추적했다. 이에 따르면 카길은 150만톤에 달하는 콩을 브라질에서 영국으로 수입했는데, 절반이 케라두에서 온 것이었다. 카길은 제휴를 맺은 케라두 농장들에서 콩을 들여왔다. 문제는 케라두 콩 산지 중 801km²이 불법 삼림벌채된 땅이라는 것이다. 뉴욕 맨해튼의 16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아마존과 인접한 케라두는 수려한 강과 초원지대를 갖춰 ‘브라질의 물탱크’로 불리지만 인지도가 떨어지는 탓에 국제적 ‘환경파괴’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다. 2012년 제정된 산림법에 따르면 아마존 땅의 80%를 ‘법적 보호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케라두의 보호구역은 전체의 20%에 불과하다.

게다가 환경파괴 이력은 수입과정에서 숨겨졌다. 케라두 콩은 대서양을 건너 영국 리버풀항에 들어오자마자 사료 재료인 다양한 곡물들과 뒤섞였고, 이 과정에서 원산지는 가려졌다. 카길의 영국 합작 식품회사인 아바라는 케라두 콩을 주원료로 하는 사료를 만들어 전국 양계장으로 보내고, 이곳의 닭들은 테스코, 맥도날드, 난도 등 대형 소비체인으로 납품됐다. 아바라 웹사이트에는 “소비자는 회사명을 들어본 적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이미 우리 제품을 즐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적혀 있다. 소비자들은 자기도 모르게 ‘환경파괴’ 사료로 키워진 닭을 먹은 것이다.

케라두 삼림파괴에 불을 지피고 있는 건 ‘열대의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과 다국적 기업들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브라질 자연은 우리 것”이라며 개발을 밀어붙였고, 올해에만 땅을 일구기 위해 낸 산불이 6만1000건 이상 보고됐다. 2018년 3만9000건의 약 2배에 근접한다.

문제는 카길 뿐만 아니라 다른 다국적 식량기업들도 케라두 콩 생산과정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카길과 같은 다국적 기업들을 통해 수출된 콩은 올해 사상최다인 135만t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테레자 크리스티나 디아스 브라질 농업장관은 지난 10일 트위터를 통해 “이것이 우리 농업의 힘”이라고 자찬했다. 하지만 농업을 국가 주력사업으로 육성하는 만큼 브라질의 자연은 파괴되고 있다. 이미 케라두 삼림의 44%가 농지로 개발됐다고 국제환경조사단체인 ‘맵비오마스’는 지적했다. 다국적 기업들에 납품하는 콩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지난 5년간 1만2397건이나 되는 산불이 일어났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가디언은 “케라두가 따기 쉬운 과일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라질의 귀중한 숲과 다양한 야생동물을 잃는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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