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수림

2007.08.23 09:33

-蔘대신 전복·낙지를 만난 닭-

[샐러리맨의 만찬]여의도 수림

최근 지구 온난화다 뭐다 해서 한반도의 계절이 조금씩 변하고 있음을 누구나 알아챘을 것이다. 9월을 바라보는 지금에서야 본격적인 땡볕더위가 시작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또 한편으로는 입추도 지난 이 시점에 더위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궁금하기도 하다. 어쨌든 ‘보양식의 계절’ 여름을 조금 더 즐길 수 있게 된 것만은 분명하다.

여름 보양식의 대명사는 역시 삼계탕이다. 하지만 인삼과 대추, 여기에 닭이 어우러지는 그 맛은 이제는 질릴 때쯤 되지 않았을까? 영양과 효능은 그대로이지만 조금 색다른 맛의 삼계탕을 먹을 수 있다면 귀를 쫑긋 세우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건너편 방향에 위치한 보양식 전문점 ‘수림’에 한번 들러보자. 빌딩 1층에 위치한 이 집은 한겨울에도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집인데 이 8월 더위에는 오죽하랴. 그래도 이 집에는 지금까지 여느 집에서 맛봤던 것과는 사뭇 다른 삼계탕이 있기에 줄 서서 기다리는 수고를 감수할 만하다.

이 집의 대표메뉴는 대나무전복계탕. 대나무통에 닭 한마리가 들어간 것은 여느 삼계탕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지만, 그 닭을 장식하고 있는 재료들이 대부분 수중생물들이기에 감히 삼계탕의 삼(蔘)을 뺀 전복계탕이 된 것이다. 푸르스름한 우렁이를 기본으로 찹쌀죽이 밑에 깔려 있고, 위에는 큼직한 전복 한마리와 새우 한마리가 다정스럽게 누워있다.

닭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게다가 국물은 쌉쌀하면서도 담백하고 육질도 기존의 삼계탕보다 훨씬 부드럽고 쫄깃하다. 그도 그럴 것이 40여가지 한약재를 넣고 하루종일 끓여냈기 때문이다. 또 담양에서 직접 주문해온 대나무의 효능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7000원만 더 지불하면 대나무전복(혹은 낙지) 오골계탕이라는 ‘럭셔리한’ 메뉴도 즐길 수 있다.

여기에 묵냉채 한그릇을 더하면 계탕의 뜨거움과 상반되는 시원함이 입안 가득히 퍼지면서 도토리의 향취에 어느덧 빠져들게 된다. 사이드 메뉴로 반드시 경험해보시길 권한다. 사실 보양전문점인 만큼 전복참게보약닭 같은 값비싼 메뉴도 한번쯤 맛볼 필요가 있다. 참게와 토종닭이 갖은 양념과 약재에 풍덩 빠진 고급 보양식으로서, 땀 한방울 흘리는 것조차 아까울 만큼 영양과 맛이 풍윤하다. 5인 기준으로 주문하면 적당하다. 하루 전 예약은 필수! 대나무전복계탕: 1만5000원, 대나무전복(낙지)오골계탕: 2만2000원, 묵냉채: 5000원, 전복참게보약닭 큰 것: 12만원 (02)761-9912

〈박제성|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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