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록키 호러쇼’

2010.09.15 21:22 입력 2010.11.10 12:20 수정
박주연 기자

엽기만화 같은 버라이어티쇼 “그냥 웃자”

꽉 조인 코르셋, 구멍난 망사스타킹과 가터밸트, 하이힐을 착용한 근육질의 건장한 남성이 무대를 휘저을 때마다 객석에서 탄성이 터졌다. 뮤지컬 <록키 호러쇼>의 중심에 선 인물인 프랭크는 긴 속눈썹, 새빨간 립스틱까지 한 여장남자다.

[리뷰]뮤지컬 ‘록키 호러쇼’

그가 자신의 저택에 우연히 들어온 여자(자넷)와 남자(브래드)의 침실을 잇따라 찾아가 “비밀을 지켜준다”는 거짓말과 함께 음란한 성행위를 할 땐 관객들도 숨을 죽인다. 하지만 어떤 장면에서도 진지함은 없다. 요소마다 웃음을 유발할 뇌관이 숨어 있을 뿐이다. 프랭크의 유혹에 당황하던 남자와 여자가 금단을 깨고 성적 쾌락에 빠져들며 콧소리를 내자 객석에선 이내 폭소가 터졌다.

지난달 말 개막한 <록키 호러쇼>는 온갖 성적 판타지가 범벅이 된 B급 컬트 뮤지컬. 외계인, 창조물, 양성애자가 등장해 로큰롤 음악을 배경으로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펼친다. 약혼한 브래드와 자넷이 폭우 속 자동차 고장으로 우연히 프랭크의 저택에 들어갔다가 맞게 되는 기괴한 사건이 담겨 있다. 외계인과 인간이 난교파티를 벌이는가 하면, 성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양성애도 자주 등장한다.

뮤지컬 배우 출신인 리처드 오브라이언이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모티브로 했다. 1973년 60석짜리 소극장에서 초연한 후 전 세계에 마니아들을 양산해 온 작품이다. 2001년부터 6차례에 걸쳐 라이선스로 국내에서 공연돼 왔지만 해외 오리지널팀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복적인 리듬으로 이루어진 ‘타임워프(Time Warp)’ 등 귀에 익어 엉덩이를 절로 들썩이게 하는 뮤지컬 넘버가 많다. 출연배우들의 가창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이 작품에서만큼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노래보다는 엽기만화 같은 기상천외한 버라이어티쇼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프랭크를 연기한 흑인배우 후안 잭슨은 섹시한 몸짓과 서툰 한국말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다만 70년대와 달리 공중파 방송까지 동성애를 얘기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인지 소재에서 오는 충격은 다소 줄었다. 내레이션은 이병준, 홍석천, 송용진, 강태을 등 드라마나 뮤지컬에서 트랜스젠더 또는 게이로 등장한 적이 있는 배우들이 맡았다. 친절한 한국말 해설을 덧붙였지만 다소 산만한 느낌을 줘서 공연의 맥을 끊는 부작용이 있었다. 10월10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아티움. 6만6000~11만원.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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