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엔드의 첫 동양인 제작자 윤석화의 도전

2011.07.27 21:30
런던 | 유인화 선임기자

지난 25일 저녁 미국 브로드웨이와 함께 세계 공연예술의 메카로 꼽히는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특별한 장면이 연출됐다. 11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듀크 오브 요크 극장에서 공연된 연극 (여행의 끝)의 프레스 나이트(Press Night) 행사에서 객석을 채운 영국 언론인들의 시선은 공연장 구석의 동양 여성에게 집중됐다. 한국의 연극배우 윤석화였다.

윤석화 월간 ‘객석’ 대표(56)는 영국의 공연제작자 리 멘지스와 함께 <여행의 끝>(로버트 세드릭 셰리프 작, 데이비드 그린들리 연출)을 공동 제작, 웨스트엔드 최초의 한국인 공연제작자가 됐다. 72편의 공연을 제작한 프로듀싱의 ‘달인’으로 꼽히는 리 멘지스는 이번 공연의 최고 공로를 윤석화 대표에게 돌렸다. 윤 대표는 <여행의 끝> 포스터 맨 앞에 ‘FLORA SUKHWA YOON’으로 표기되며 웨스트엔드의 ‘플로라’로 피어났다. 회원의 대부분이 공연계 VIP들인 ‘IVY CLUB(아이비 클럽)’에서도 ‘플로라’는 유명해졌다

자신이 제작한 연극 <여행의 끝>이 공연되는 런던 듀크 오브 요크 극장 앞의 윤석화 대표.

자신이 제작한 연극 <여행의 끝>이 공연되는 런던 듀크 오브 요크 극장 앞의 윤석화 대표.

웨스트엔드 지역에는 객석 800~1000석의 공연장이 60여개 밀집해 있다. 이곳에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캣츠> <레 미제라블> <맘마미아>, 연극 <에쿠우스> <워 호스>(전쟁터의 말) 등이 공연되면서 세계적인 문화코드로 자리잡았다.

<여행의 끝>은 1928년 초연 당시 로렌스 올리비에가 주연을 맡은 이후 국민연극으로 사랑받은 작품인데, 여러 번 리메이크될 때마다 흥행에 성공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인 1918년 영국군의 방공호를 배경으로 독일군의 마지막 총공세에 맞서는 군인들의 번민을 섬세하고 박진감 넘치게 그린 스토리의 탄탄함도 흥행을 거들었다.

이번에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6월 중순 티켓박스 오픈 이후 1주 만에 6000파운드(약 1억300만원) 매출을 기록했고, 4주 만에 총 티켓의 60%가 팔렸다. 19일 개막 이후 별 5개(최고점)의 행진이 계속되었으며, 공연 일정의 가장 중요한 행사인 프레스 나이트 시간까지 기다릴 수 없던 기자들이 앞다퉈 취재 경쟁을 벌였다. 25일 프레스 나이트를 끝낸 윤 대표는 “이제 한시름 놓았다. 관객들의 눈물과 박수를 통해 작품의 무게를 절감한다”고 했다. 9월3일까지 공연될 이 작품은 내년 6월 윤석화 연출의 <나는 너다>(정복근 작)와 런던-서울 교환공연을 추진 중이다.

윤 대표는 또 팀 라이스가 작사를 담당한 뮤지컬 <지상에서 영원으로>를 공동 제작한다. 팀 라이스는 <에비타> <라이언 킹> <아이다>의 작사가로, 내년 웨스트엔드 초연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2001년 윤석화 대표가 제작·연출한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 비디오를 본 라이스가 영화로 유명한 <지상에서 영원으로>의 뮤지컬 공동 제작과 예술감독직을 윤 대표에게 제안했다.

‘윤석화의 도전’은 계속 이어진다. 오는 10월에는 1992년 윤석화씨가 세계 초연한 1인극 <딸에게 보내는 편지>의 영국 작가 아널드 웨스커와 만나 윤석화 주연의 웨스트엔드 영어 공연을 모색한다.

1975년 연극 <꿀맛>으로 데뷔한 이후 36년 동안 <송 앤 댄스> <마스터 클래스> <나는 너다> 등을 제작·연출하고 47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척박한 한국 연극무대를 지켜온 배우가 런던 현지의 주목을 받으며 연극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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