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터진 ‘과방위 쟁탈전’, 공영방송 중립 제도화해야

2022.07.14 20:24 입력 2022.07.14 20:30 수정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4일 “KBS와 MBC 다 언론노조가 좌지우지하는 방송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사장을 임명했다고 해서 민주노총 산하 노조원들이 사장 말을 듣겠느냐”는 말도 덧붙였다. 공영방송 경영과 보도를 언론노조가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별노조인 언론노조엔 개별 조합원의 가입·탈퇴가 자율적이고, 민영방송·보도채널·종합편성채널도 가입해 있다. 공영방송엔 이사회와 독립적인 보도감시기구도 설치돼 있다. 근거 없이 공영방송을 노조 손아귀에 있다고 한 여당 대표의 말은 명백한 왜곡이다.

권 대행의 발언은 국회 후반기 원구성 협상에서 여야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과방위) 위원장을 다투던 중에 나왔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민의힘의 과방위원장 요구는) 방송 장악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직공하자, 권 대행이 “(언론노조 때문에) 방송을 장악할 능력이 없다”고 한 것이다. 과방위는 피감기관으로 공영방송을 감독하는 방송통신위를 두고 있다. 과방위 설전과 긴장은 여권이 자초한 면도 크다. 윤석열 대통령은 일찌감치 “국무회의에 굳이 올 필요 없다”며 방통위원장 사퇴를 압박했고, 감사원은 ‘정치감사’ 논란을 부르며 방통위·KBS 감사에 착수했다. 공영방송까지 술렁이게 하는 해묵은 ‘방통위·과방위 쟁탈전’이 재연된 셈이다.

갈등은 공영방송의 흑역사에서 출발한다. KBS에서는 2008년 정연주 사장이 배임으로, 2017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추천한 강규형 이사가 법인카드 유용 문제로 해임됐다. 두 사람은 시민단체·노조 고발과 감사원 감사를 거쳐 해임됐다가 취소처분 소송 끝에 4년 뒤 승소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선 ‘낙하산 사장’을 반대하고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파업이 진행됐다. 대통령이 낙점한 공영방송 사장을 이사회에서 뽑는 구조로 바꿨지만, 방송 길들이기는 계속된 셈이다. 이번 과방위 대치도 방송 장악 우려를 둘러싼 여야 간 기싸움이다.

궁극적인 답은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KBS·EBS·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회 구성을 투명하게 하고, 사장 선임 정족수를 5분의 3 이상으로 확대하자는 언론계·시민사회의 요구는 10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다룬 국회 미디어제도개선특위 역시 두 달 전 성과 없이 끝났다. 국회 논의가 공전한 것은 집권세력이 말 바꾸고 방치한 탓이다. 언제까지 공영방송이 ‘정권 전리품’이 되는 구태와 논쟁을 반복할 건가. 여야는 국회 원구성 후 공영방송 독립성을 높이는 제도화에 함께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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