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아직은…“애플, 너만 믿는다”

2022.10.02 21:48 입력 2022.10.02 23:29 수정

국내 기업들, 디스플레이·카메라 모듈 등 프로급 모델 부품 공급

경기 침체 속 ‘가뭄에 단비’…애플 측의 가격 경쟁 유도엔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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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로 인한 스마트폰 수요 감소로 애플이 아이폰14의 증산 계획을 철회하고,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애플에 대한 투자의견을 ‘권고’에서 ‘중립’으로 하향하는 등 애플발 충격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믿을 건 애플뿐’이라는 평가도 여전하다. 최근 발매한 아이폰14프로와 아이폰14프로맥스가 인기를 끌면서 관련 부품 공급 비중이 높은 국내 부품 업체들에 ‘가뭄에 단비’가 되고 있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중국에서 지난달 12일 아이폰14 시리즈 사전 주문이 시작되면서 24시간 만에 사전 예약이 200만건을 돌파했다. 아이폰14프로가 100만건 이상, 아이폰14프로맥스는 80만건 이상으로 고급 모델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아이폰14 시리즈의 초기 판매 목표량은 그대로 유지하고, 대신 프로급 모델의 판매 비중 전망치를 최대 65%까지 늘려 잡았다. 이종욱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프로 모델 비중이 높은 한국 부품 업체들의 이익 서프라이즈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부품 업체가 애플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LG이노텍이다. 애플은 아이폰14 프로급 모델에 전작 대비 화소를 4배 늘린 4800만화소 카메라를 탑재했다. LG이노텍은 기존 카메라 모듈 대비 15~20% 높은 가격으로 애플에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인 일본 샤프 등의 생산 차질로 LG이노텍의 공급량이 크게 늘어난 것도 호재가 됐다.

아이폰14 프로급 모델에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가 들어간다. 낮은 전력에서도 구동이 가능한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방식의 박막트랜지스터(TFT)가 적용된 OLED 패널로, 이 부품 덕분에 프로급 모델은 잠금화면 상에서 시간·위젯·배경화면 등이 항상 나타나는 ‘상시표시형 디스플레이(Always On Display)’ 기능 구현이 가능해졌다.

반면 아이폰14 일반형 모델에는 중국 BOE가 제작한 일반 OLED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프로급 모델의 판매 비중이 늘어날수록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OLED TV 패널 판매 저조 등으로 3분기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LG디스플레이에게 LTPO OLED 납품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애플이 새로운 부품사를 추가로 물색하는 등 가격 경쟁을 유도하는 점은 국내 업체로선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최근 중국의 메모리 업체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를 애플의 낸드플래시 공급사로 선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품질은 다소 떨어져도 애플의 소프트웨어 기술로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공급사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키옥시아에 YMTC가 추가되면서 부품사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2012년 인수한 이스라엘 아노비트의 ‘낸드플래시 솔루션’ 기술을 이용해 안정성을 높이는 등 YMTC 낸드플래시의 부족한 성능을 보완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이어 “YMTC가 공급사로 선정되면서 낸드 가격 경쟁이 더 심해지게 됐다”고 말했다. YMTC의 낸드플래시는 중국에서 유통되는 아이폰 등에 일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14 시리즈 프로 모델 부품은 한국 기업이, 일반 모델 부품은 중국 기업이 맡는 모양새지만 업계에서는 조만간 한국 기업과 중국 기업 간의 기술력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이 국내 부품사를 위협하는 경쟁자로 떠오르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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