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철수 영국 청소년들 “난장판” “끔찍했다”

2023.08.06 13:07 입력 2023.08.06 21:29 수정

영국 학부모 “한국 정부, 폭염 대책 세웠어야”

미국 17세 부모 “아들의 ‘꿈’이 ‘악몽’으로 변해”

단순 ‘폭염’ 때문 아냐···위생·음식도 부실

조기퇴영에 아쉬움 토로하는 대원들도

독일·스웨덴 등 대다수 나라들은 잼버리 잔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조기 퇴영을 결정한 영국 대원들이 6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야영장에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부안|조태형 기자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조기 퇴영을 결정한 영국 대원들이 6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야영장에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부안|조태형 기자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행사에서 영국과 미국 등 일부 국가들이 조기 철수를 결정한 가운데, 잼버리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해외 학부모들의 토로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으로 철수했지만, 대규모 인원을 갑작스럽게 수용할 수 있는 장소가 넉넉하지 않아 이곳의 호텔에서도 비좁은 곳에서 열악하게 지내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영국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새만금 잼버리 관련 별도의 ‘제보 페이지’를 만들었던 영국 일간 가디언은 부모들의 인터뷰를 통해 스카우트 대원들의 경험과 현재 상황에 대해 생생히 보도했다.

16세 아들을 한국에 보낸 영국인 어머니 A씨는 이번 잼버리 행사에 대해 “내 아들은 그것이 ‘난장판’이라고 말했다”며 “스카우트의 모토는 ‘준비하라’인데, 한국 정부는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더위가 정부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더위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했다”며 “폭염이 아닌 폭우에만 대비한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잼버리의 많은 활동이 취소됐기 때문에 아들이 할 일이 너무 없어 심심해서 땅의 구멍을 팠을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극심한 폭염으로 다수의 잼버리 활동이 취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6일 예정됐던 K팝 콘서트도 전날 저녁 갑작스럽게 취소가 발표되면서 11일로 연기됐다.

조기 퇴영을 한 A씨의 아들은 현재 서울로 왔지만, 그곳에서도 열악하게 지내고 있다. 그는 “아들이 공항 근처 비좁은 호텔의 방바닥에서 3명과 함께 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잼버리 야영장에서 많은 아이들이 벌레에 물려 아들을 비롯한 단원들이 서울에 오자마자 약부터 샀다”고 전했다.

현재 호텔에는 4500명의 대규모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잘 수 있는 침대가 충분하지 않고, 다른 숙소가 마련될 수 있는지도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BBC는 일부 스카우트 대원들이 한 방에서 5명씩 지내고 있으며, 최대 250명이 숙박 시설 부족으로 서울의 한 호텔 연회장에서 자고 있다고 보도했다.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조기 퇴영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의 한 호텔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조기 퇴영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의 한 호텔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만금 잼버리에 딸을 보낸 영국의 또 다른 어머니는 “16세 딸에게 멋진 인생 경험이 될 줄 알았던 것이 ‘생존 미션’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더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텐트는 너무 뜨거워서 더위를 식힐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딸은 어머니에게 “(잼버리의) 샤워실과 화장실이 끔찍했고, 안전하지 않았다”며 “떠다니는 쓰레기와 머리카락 등이 배수구를 막고 있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영국 스카우트의 철수는 단순히 폭염 때문만이 아니라 열악한 시설과 음식 등의 문제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참가자들은 전했다. 영국 스카우트연맹의 팀원은 잼버리의 화장실을 보건 위협으로 묘사했고, 청소년들이 먹을 식사도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영국 스카우트 측은 며칠 동안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개선되기를 바랐지만, 참가자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어 조기 철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은 서울 등에서 머물다가 예정대로 13일 귀국할 예정이다.

역시 조기퇴영을 결정한 미국 스카우트 대원 1100여명도 6일부터 새만금을 떠나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로 이동한다.

17세 아들 코리를 잼버리에 보낸 미국 버지니아주의 크리스틴 세이어스는 로이터통신에 “아들이 잼버리에 가기 위해 6500달러(약 850만원)를 지불했는데, 그의 꿈이 ‘악몽’으로 바뀌었다”면서 “그 돈을 지불하기 위해 우리 가족은 많은 걸 희생했다”고 토로했다.

다만 독일과 스웨덴, 사우디, 아르헨티나, 필리핀 등 대부분의 대표단은 잔류를 결정하고, 잼버리 행사를 끝까지 마친다. 한국 정부는 폭염과 위생 문제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나라 동료들과 한 공간에서 생활하며 그새 우정을 쌓은 일부 스카우트 대원들은 조기퇴영 소식에 아쉬움을 표했다. 두 자녀를 잼버리에 보낸 한 영국인 아버지는 “아이들이 일찍 떠나는 것에 대해 좌절하고, 분노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역시 “15세 딸이 화장실이 조금 끔찍하다고 했지만,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고 했다”면서 “행사가 일찍 끝나서 모두 망연자실했다”고 전했다.

스페인에서 온 16세 소녀 블랑카는 “나도 첫날 더위 때문에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제는 회복했다”며 “상황이 나아졌다. 우리에게 (주최 측이) 찬물과 선풍기를 제공하고, 그늘이 있는 장소로 갈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국 대원들이 더 머물지 않아 슬프다”며 “그들은 정말 멋진 사람들이고, 나는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즐거웠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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