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가 가져올 여권의 ‘다른 미래’

2023.10.09 17:22 입력 2023.10.09 18:23 수정

여권내 당 지도부 판단 미스 지적

“지더라도 격차 10%P 이내여야”

격차 커지면 비대위 전환에 힘 실려

향후 국정 운영 방향 가늠자 될 듯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 당원들이 9일 오후 서울 강서구 공암나루근린공원에서 김태우 강서구청장 후보자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 당원들이 9일 오후 서울 강서구 공암나루근린공원에서 김태우 강서구청장 후보자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여야 지도부가 오는 11일 치러지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초자치단체장 보궐선거에선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와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각각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대리인으로 여겨지면서, 지난해 3월 대통령선거 연장전과 내년 4월 총선 전초전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선거 결과에 따라 여권의 권력 지형과 총선 전략, 윤석열 정부 국정 운영 방향에도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국민의힘이 직전 강서구청장이었던 김 후보를 공천하면서 선거판이 커졌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초 이번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보궐선거가 김 후보의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에 따른 구청장직 상실로 치러지는 만큼 명분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강서구가 야당이 우세한 지역이라는 실리적 고려도 작용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8월 김 후보를 광복절 특사 대상에 올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는 국민의힘에 김 후보를 출마시키라는 윤 대통령 시그널로 받아들여졌다. 결국 김 후보는 당내 경쟁 후보 반발 속에 공천장을 따냈다.

국민의힘은 후보 결정 이후 그야말로 총력전을 펴고 있다. 윤 대통령이 민 것으로 해석되는 김 후보의 당락에 따른 파장을 잘 알고 있어서다.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이철규 사무총장 등 지도부뿐 아니라 의원들도 매일같이 강서구에서 지원 유세를 한다. 당 차원에서 의원들로부터 선거운동에 참여한 내역을 보고 받는다. 전국에서 온 원외 당협위원장, 광역·기초의원, 당원들이 김 후보 선거운동을 돕는다.

여권에서는 애초부터 판세가 불리한 이번 선거판을 키워놓은 당 지도부의 전략적 판단 미스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정현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는 9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구청장 보궐선거 하나에 여야 지도부가 달라붙어가지고 저렇게까지 해야 되느냐”며 “패배한 쪽은 그로 인한 충격을 스스로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평론가인 전원책 변호사도 이날 SBS 라디오에 나와 “일개 기초단체장 선거를 왜 이렇게 키워놨느냐. 안철수 (의원), 나경원 (전 의원) 등 중진들을 투입시켰다. 어제만 해도 당 지도부가 총출동했다”며 “내가 당 대표였다면 멀리서 측면 지원을 하지 이런 식으로 거당적으로 움직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태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가 9일 등촌동 경복여자고등학교에서 열린 한 교회 체육행사에서 참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민의힘 김태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가 9일 등촌동 경복여자고등학교에서 열린 한 교회 체육행사에서 참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민의힘에서는 득표율 격차에 따른 다양한 선거 이후 시나리오가 제시된다. 김 후보가 의외의 승리를 거둔다면 리더십이 확고하지 않다고 평가받는 김기현 대표 체제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총선 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설 등 지도부 흔들기도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도 국정 운영에 더 자신감을 가지고 야당의 비판을 정면 돌파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당내에선 패해도 10%포인트 이내 격차여야 여권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이 적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험지에서 ‘졌지만 잘 싸웠다’는 명분은 만들 수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지더라도 10%포인트 이내 격차가 나와야 비대위로 가자는 말이 안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득표율이 두 자릿수 이상 벌어진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평가가 많다. 비윤석열(비윤)계 의원과 총선 수도권 출마 준비자를 중심으로 김기현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주장이 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수도권 지역구를 가진 윤상현·안철수 의원 등이 총선 수도권 위기론을 제기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이 앞서 제기한 비대위 전환설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총선 승리를 위해 이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 비윤계를 적극 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아지면서 이들이 ‘복권’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한때 윤 대통령 멘토로 불린 신평 변호사는 지난 6일 BBS 라디오에서 “만약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상당한 표 차로 진다면 지도부 교체 동력이 분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 일각에선 지도부 및 친윤석열계 내부에서 책임론을 두고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당 안에 잠복해있는 대통령실에 대한 불만 목소리가 터져 나올지도 관심사다. 국민의힘 의원 중에는 윤 대통령의 강경 일변도 국정 운영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총선이 어렵다는 판단이 서면 의원들도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5%포인트 차 정도로 패하면 윤 대통령이 스스로 옳았다고 판단할 것이고,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면 국정 기조가 잘못됐다는 걸 인정해야 할 것이다. 2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면 총선 때까지 백약이 무효”라고 말했다. 여권에서조차 지명 철회 요구가 제기되는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윤 대통령이 강행하느냐가 향후 국정 운영 방향을 짐작해볼 수 있는 지표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후보가 큰 격차로 진다면 영남을 비롯해 당선이 안정적인 지역구를 가진 중진 의원들에 대한 수도권 등 험지 출마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부산이 지역구인 3선 하태경 의원이 서울 출마를 선언했지만, 김 대표는 중진 험지 출마론에 “지금은 보궐선거에만 전념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이와 관련해 “강서구에서 많은 표 차이로 패배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특히 수도권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질 것”이라며 “그러면 공천 혁신, 총선 혁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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