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보장되는 국회를 바란다

2024.03.03 20:02 입력 2024.03.03 20:03 수정

국회의원을 뽑는 제22대 총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국회의원은 4년 동안 국민의 대표로서 법을 만들고 정부의 예산을 심사하여 행정부를 견제하는 커다란 권한을 가진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으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 따른 민주주의 정신이 현실에서 구현되는 가장 구체적인 과정이 바로 선거이다. 그래서 흔히들 선거를 민주주의 꽃이자 축제라고 부른다. 평소와 달리 각양각색의 점퍼를 입은 국회의원 후보와 선거운동원들이 지하철 입구나 동네 곳곳을 찾아다니며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을 보면 ‘축제’라는 표현이 아주 틀린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선거는 오래 계속되지 않는다. 선거기간이 끝나면 선출된 권력은 또 현실에서 멀어진다. 대의제가 등장했던 근대국가 시절 정치 철학자 루소는 대의민주주의에서 국민은 오직 선거하는 동안만 자유롭고 선거가 끝나는 순간부터 다시 노예가 된다고 지적했다. 화려한 선거가 끝나고 노예의 삶을 남기지 않으려면 이번 선거에서 제대로 된 국회의원을 뽑아야 한다.

국회의원을 뽑는 다양한 기준이 있겠지만 지금 한국 사회에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바로 다양성이다.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달리 다양해지고 있다. 다양한 국적과 피부색을 가진 이주민의 숫자가 역대 최고 수준을 넘어섰고, 앞으로 더 증가할 것이다. 이민자 증가와 같이 눈으로 보이는 것도 있지만,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구성원의 생각, 가치, 지향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해지고 있다. 다양성은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낼 에너지가 될 수도 있지만, 다양성이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의 기준이 된다면 심각한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된다. 다양한 사회적 변화를 제도적으로 어떻게 조화시켜 낼 수 있는지가 우리에게 남겨진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국회가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변화되어야 하는 이유다.

다양성은 다수의 지지만으로 구현되기 어렵다. 따라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의 선거제도는 다양성을 담아낼 수 없는 그릇이다. 논의만 무성했지만 결국 이번 선거에서도 지역별로 가장 많은 득표를 한 1명만이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 만든 비례대표 의석수도 가장 적다. 처음 비례대표 제도가 생긴 2004년 선거에는 56석이었는데, 이번에는 46석만 배정되었다. 20년간 총 10석이 줄어든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사회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해졌는데, 선거제도는 뒷걸음치고 있다.

제도가 부실하면 다양성을 반영하려는 정당의 의지라도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이마저도 요원하다. 이민정책이 국가백년대계라고 앞다퉈 강조하더니 각 당에서 공식적으로 추천한 후보자의 면면을 보면 이주배경을 가진 당사자나 이민정책 전문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탈북민과 이주배경주민이 일부 정당의 인재로 영입되었지만 충분하지 않다. 한국에 정주하고 있는 이주배경주민의 숫자는 약 250만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4~5% 수준이다. 국회의원 정수 300명을 기준으로 4%는 12명이다. 이주배경주민 국회의원은 필리핀 출신 이자스민(정의당) 의원 1명뿐이다.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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