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부하는 삶 |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앙주·유유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공부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핑계를 대면서 소중한 시간과 힘, 지성의 활력과 이성을 애석하게 낭비하는가! 그들은 공부를 하지 않거나(그렇다면 시간은 충분하다!) 공부를 하더라도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 어떻게 갈 수 있는지 모른 채 형편없고 변덕스럽게 한다. 미래의 공부가 어떻게 될지 짐작하게 하는 중간결과물, 터득하고 함양해야 하는 덕목, 공부하는 정신, 이 가운데 어느 하나에 대해서도 면밀히 사유하지 못할 것이고, 당연히 만족스럽게 이루지도 못할 것이다. 가진 자원이 같다고 가정한다면, 이해하고 앞을 내다보는 사람과 아무렇게나 나아가는 사람의 차이는 얼마나 크겠는가! ‘천재성이란 오랜 인내’라고 할 때 그 인내는 조직적이고 총명한 인내여야 한다. 어떤 공부를 해내는 데에 비범한 재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평균 정도의 자질만 있어도 충분하다. 나머지는 에너지와 그 에너지를 현명하게 사용하는 데에 달려 있다. 정성을 들이며 확실히 일하는 노동자처럼 에너지를 써야 한다. 그 노동자가 어딘가에 도달하는 동안 독창적인 천재는 대개 쓰라린 낙오자로 남는다.
△ 이 책은 1920년대 출간되었다. 세르티앙주는 프랑스의 가톨릭 신부로 교부철학에 상당한 영향을 받고 연구와 강의를 지속한 철학자다. 그런 까닭인지 이 책에서 끝없이 강조되는 것은 지성인의 소명의식과 자기성실성이다. 공부를 잘하려면 “노동자처럼 에너지를 써야 한다”는 말은 그런 장인적 성실성이야말로 지성인의 공부를 지속시키는 근원적인 토대임을 보여준다. 공부의 목표도 중요하다. 명성과 재력을 목표로 한 공부는 가짜다. 앎을 지배의 욕망으로 삼아 터무니없는 야심을 향해 돌진하는 것은 천재들의 흔한 실패 원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