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삶

2014.01.19 21:50
이명원 | 문학평론가

▲ 공부하는 삶 |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앙주·유유

[오늘의 사색]공부하는 삶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공부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핑계를 대면서 소중한 시간과 힘, 지성의 활력과 이성을 애석하게 낭비하는가! 그들은 공부를 하지 않거나(그렇다면 시간은 충분하다!) 공부를 하더라도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 어떻게 갈 수 있는지 모른 채 형편없고 변덕스럽게 한다. 미래의 공부가 어떻게 될지 짐작하게 하는 중간결과물, 터득하고 함양해야 하는 덕목, 공부하는 정신, 이 가운데 어느 하나에 대해서도 면밀히 사유하지 못할 것이고, 당연히 만족스럽게 이루지도 못할 것이다. 가진 자원이 같다고 가정한다면, 이해하고 앞을 내다보는 사람과 아무렇게나 나아가는 사람의 차이는 얼마나 크겠는가! ‘천재성이란 오랜 인내’라고 할 때 그 인내는 조직적이고 총명한 인내여야 한다. 어떤 공부를 해내는 데에 비범한 재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평균 정도의 자질만 있어도 충분하다. 나머지는 에너지와 그 에너지를 현명하게 사용하는 데에 달려 있다. 정성을 들이며 확실히 일하는 노동자처럼 에너지를 써야 한다. 그 노동자가 어딘가에 도달하는 동안 독창적인 천재는 대개 쓰라린 낙오자로 남는다.

△ 이 책은 1920년대 출간되었다. 세르티앙주는 프랑스의 가톨릭 신부로 교부철학에 상당한 영향을 받고 연구와 강의를 지속한 철학자다. 그런 까닭인지 이 책에서 끝없이 강조되는 것은 지성인의 소명의식과 자기성실성이다. 공부를 잘하려면 “노동자처럼 에너지를 써야 한다”는 말은 그런 장인적 성실성이야말로 지성인의 공부를 지속시키는 근원적인 토대임을 보여준다. 공부의 목표도 중요하다. 명성과 재력을 목표로 한 공부는 가짜다. 앎을 지배의 욕망으로 삼아 터무니없는 야심을 향해 돌진하는 것은 천재들의 흔한 실패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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