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두 발로 거닐다 발견한 걷기의 철학

2014.03.28 19:27 입력 2014.03.28 21:10 수정

[책과 삶]두 발로 거닐다 발견한 걷기의 철학

▲ 느리게 걷는 즐거움…다비드 르 브르통 지음 | 문신원 옮김 | 북라이프 | 252쪽 | 1만3000원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교의 사회학과 교수 다비드 르 브르통이 2002년 출간한 <걷기예찬>은 걷기를 삶과 생명, 인식의 문제로 연계한 사유를 담아 회자된 책이다. <걷기예찬> 이후에도 브르통은 걷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또 다른 경험과 만남, 새로 발견한 걷기의 철학을 이야기한다.

브르통에게 걷는 것은 기본 윤리의 장이다. 사람들은 길을 걷다 만난 이들과 인사를 주고받고 미소를, 시선을 나눈다.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갈 길을 알려준다. 걷기는 그래서 상호성의 세계다. 저자는 ‘샛길에 접어드는 것’을 이렇게 말한다. “우정과 대화 그리고 연대감의 세계를 위해 경쟁과 무시, 이탈, 속도, 커뮤니케이션의 세계를 앞지르는 것과 다름없다.” 걷는 길의 세계에서 타인은 경쟁 상대가 아니다. 빠름, 효율성, 수익을 강조하는 세상에서 느림, 유연성, 대화, 침묵, 호기심, 우정을 우선시하는 걷기는 저항 행위와도 같다고 브르통은 말한다. 요컨대 “걷기는 삶의 의욕을 꺾는 현대의 그 절대적인 필요성들에 대한 일종의 저항”인 것이다. 그래서 브로통에게 “걷기는 시간을 버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우아하게 잃는 일”인 것이다. 또한 이 걷기는 “근심 걱정의 무게로 너무 무거워 삶을 방해하는 생각들의 가지 치기”이고, “있는 그대로의 세상에 몸음 맡기면서 신성함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행위다.

하지만 걷기는 누군가에게는 고역이다. 가진 것이라고는 몸뚱이뿐인 사람들의 선택 없는 이동, 대중교통을 이용할 여유도 없이 걸어야만 하는 사람들의 ‘개인적 시련이자 역경의 표시’인 강요된 걷기 말이다. 브르통은 고역의 걷기를 두고서도 성찰을 하고 있다.

랭보, 빅토르 위고, 헨리 데이비드 소로, 헤르만 헤세, 니체 등 걷기를 사랑했던 수많은 작가들의 글과 작품도 인용한다. 걷기는 사유와 글쓰기로 이어진다. 예컨대 소로는 “내 다리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내 생각도 흐르기 시작한다”고 했다. 책에서 간결하면서도 깊은 사유가 압축된 명문장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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