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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씨엘(CL)이 홀로서기 후 첫 앨범인 ‘ALPHA(알파)’를 발매했다. “씨엘의 ‘블루 프린트’를 담았다”고 소개한 그는 이번 작업이 “독립 아티스트로서 하고 싶었던 것, 할 수 있는 것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고 했다.

YG엔터테인먼트 대표 걸그룹 투애니원(2NE1)의 리더로서 카리스마를 뽐내던 씨엘은 2019년 이 기획사를 떠났다. 2020년에는 ‘Very Cherry(베리 체리)’ 팀을 꾸렸다. 체리는 씨엘의 오래된 별명이다. 본명인 채린과 발음이 비슷하다. 이번 앨범은 오로지 베리 체리 팀과 작업한 결과물이다. 거기에 미국 유명 배우 존 말코비치의 “프리스타일 내레이션”을 더했다.

가수 씨엘(CL)이 지난 20일 첫 독립 작업 앨범인 ‘ALPHA(알파)’를 발매헀다. 씨엘은 “씨엘의 ‘블루 프린트’를 담았다”고 했다. 베리 체리 제공

가수 씨엘(CL)이 지난 20일 첫 독립 작업 앨범인 ‘ALPHA(알파)’를 발매헀다. 씨엘은 “씨엘의 ‘블루 프린트’를 담았다”고 했다. 베리 체리 제공

씨엘은 27일 기자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데뷔 13년 만의 첫 솔로 앨범이자 첫 독립 작업물인 앨범에 관해 이야기했다. 앞서 지난 20일 13분 분량의 셀프 인터뷰 영상을 공개했는데, 인터뷰를 통해 추가 질문에 답했다. 앨범은 ‘독립 아티스트 씨엘’의 이야기와 ‘씨엘과 채린 간 화해’로 요약된다.

연예기획사를 떠났으니 “창작부터 비즈니스까지 직접 해야만 했던” 앨범이었다. 씨엘은 “시스템 안에 소속되지 않은 활동을 꼭 해보고 싶었고, 그래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실수도 많았지만 씨엘은 “그 모든 것이 제게는 에피소드”라며 “시스템을 벗어나니 제 의지대로 할 수 있었다는 점이 큰 차이였다”고 했다.

가수 씨엘(CL)이 지난 20일 첫 독립 작업 앨범인 ‘ALPHA(알파)’를 발매했다. 사진은 앨범 수록곡 ‘SPICY(스파이시)’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유튜브 화면 캡처

가수 씨엘(CL)이 지난 20일 첫 독립 작업 앨범인 ‘ALPHA(알파)’를 발매했다. 사진은 앨범 수록곡 ‘SPICY(스파이시)’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유튜브 화면 캡처

홀로서기를 하다 보니 시선은 자연스럽게 자신에게로 향했다. 앨범은 시종일관 씨엘의 당당한 자기주장이자 존재증명이다. 그는 “씨엘의 다양한 모습을 담고, 사람들이 씨엘을 더 잘 이해하게 하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이 과정을 함께 한 팀 베리 체리에 대해 씨엘은 “매우 체리답다는 뜻”이라며 “저의 팔과 다리 같은 팀이다. 저를 잘 이해해주고, 지향점이 비슷한 분들과 함께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대 위’ 씨엘과 ‘무대 밖’ 채린은 이번 앨범을 통해 손을 맞잡았다. 그는 “(전 권투선수) 마이크 타이슨의 인터뷰가 큰 영감이었다”고 했다. 타이슨은 한 인터뷰에서 링 위에 오를 때 화·질투·경쟁심 등 평소에 쓰지 않는 감정을 끄집어내야 하는 것이 고통이었다고 했는데, 이것이 무대에 설 때 “평소 쓰지 않는 에너지를 쓰려고 노력한” 자신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씨엘은 이채린 안에 있는 모습이기도, 무대에서 보여주고 싶은 캐릭터이기도 하다”며 “씨엘과 채린 간 균형이 무너지는 것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채린과 보내는 시간이 없어지고, 좋아하는 취향을 자꾸 씨엘로 소모”했다는 것이다. 씨엘은 “그러다 보니 개인 이채린의 취향도 흐려지고,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잃어버리게 되고, 계속 같은 모습이 돼가는 것 같았다”며 “이제는 둘 모두가 자신이라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평화를 찾았다”고 했다. 그 결과 “매우 독립적이고, 자기주도적이고, 재밌으면서 쿨한” 미스 체리(Miss Cherry) 캐릭터가 탄생했다. 두 자아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새 정체성이다.

씨엘의 첫 독립작업 앨범인‘알파(ALPHA)’ 의 수록곡‘(스파이시)SPICY’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곡 내레이션에 참여한 존 말코비치의 모습이 등장한다. 존 말코비치의 동상이 실제로 제작됐고, 이후 서울의 풍경과 씨엘의 모습이 합성됐다. 유튜브 화면 캡처

씨엘의 첫 독립작업 앨범인‘알파(ALPHA)’ 의 수록곡‘(스파이시)SPICY’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곡 내레이션에 참여한 존 말코비치의 모습이 등장한다. 존 말코비치의 동상이 실제로 제작됐고, 이후 서울의 풍경과 씨엘의 모습이 합성됐다. 유튜브 화면 캡처

내레이션을 해준 존 말코비치에 대해 씨엘은 “사랑하고 존경하는 분”이라며 “평소 조언을 많이 해주시고, 이번 앨범을 만들 때도 큰 에너지를 주셨다. 무대에서 함께 있는 느낌을 받고 싶었다”고 했다. 말코비치는 수록곡 중 ‘SPICY(스파이시)’에서 “에너지, 파워, 케미스트리(Energy, Power, Chemistry)”라는 단어를 반복한다. “한국에서 만든 매운 소스가 있느냐”고 묻는 내레이션도 있다. 씨엘은 말코비치가 “즉흥 프리스타일로 녹음해서 보내준 것”이라고 전했다. ‘스파이시’는 ‘강한 여성 서사’를 노래하는 씨엘이 해온 작업의 연장인데, 씨엘은 말코비치가 이 곡을 “자랑스러워했다”고 했다.

앨범은 20일 발매 직후 덴마크·포르투갈·태국·브라질·터키 등 13개 지역에서 1위를 기록했고, 미국에서는 아이튠즈 팝 앨범 차트 1위에 올랐다. 다음 앨범 작업도 ‘알파’와 같은 형태가 될까. 씨엘은 “아직 알 수 없다”고 답했다. 다만 이번에는 “독립 아티스트로서의 ‘럭셔리’를 다 누리려고 한다”고 했다. 특정 곡에 자본을 집중 투입한 ‘타이틀곡’이 없다는 것이 그가 말한 사치에 해당한다. 씨엘은 “어느 곡 하나만을 꼽을 수 없는 앨범이고, 전체를 고루 들어주시면 좋을 것 같다”며 “씨엘에 대해 더 알고 재밌게 즐길 수 있으실 것”이라고 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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