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파트 2’, 전편 장엄한 비주얼·사운드에 액션신 박진감
보는 즐거움을 극대화한 액션신...시각특수효과로 구현
빌뇌브 감독, 기자간담회서 “한국은 진정한 시네필의 국가”
2년4개월의 기다림은 헛되지 않았다. 팬데믹 시기 전세계 영화 팬들을 홀리며 4억 달러 이상의 박스오피스 수익을 올린 SF블록버스터 <듄>의 속편이자 올해 최고 기대작인 <듄: 파트 2>가 오는 28일 극장을 찾는다. 개봉에 앞서 언론 시사를 통해 베일을 벗은 영화는 이번에도 아름다움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전편의 장엄한 비주얼과 사운드를 그대로 유지한 가운데 대규모 액션 신의 박진감이 더해졌다.
<듄: 파트2>는 황제와 하코넨 가문이 꾸민 모략으로 아트레이데스 가문이 멸족하고, 살아남은 유일한 후계자 폴(티모테 샬라메)과 그의 어머니 레이디 제시카(레베카 퍼거슨)가 사막 행성 아라키스의 부족 프레멘에 합류하면서 시작된다.
사막의 삶을 배우기 시작한 폴은 ‘적대’와 ‘숭배’를 동시에 마주한다. 어떤 프레멘에게 폴은 아라키스의 귀한 광물 스파이스를 노리는 약탈자이자 이방인이다. 어떤 이들은 폴이 긴 세월 전해내려온 예언 속 구원자 ‘이산 알 가입’이라 믿는다. 폴 안의 진실함을 보는 것은 프레멘 전사 챠니(젠데이아) 뿐이다.
1편에서 유약한 소년에 불과했던 폴은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버지의 복수를 하기 위해 성장해야 한다. 프레멘의 삶의 방식을 따르고 사막쥐의 지혜를 배운다. 모계로부터 이어받은 초능력 집단 베네 게세리트로서의 힘도 눈을 뜬다. 폴의 눈동자는 어느새 프레멘들의 그것처럼 푸른색을 띠고, 그는 이방인에서 부족의 일원이자 새로운 지도자 ‘무앗딥’으로 거듭난다. 무앗딥의 명성은 머지 않아 황제 샤잠 4세(크리스토퍼 월켄)와 하코넨 남작(스텔란 스카스가드)에게도 알려진다. 전쟁은 이제 시간 문제다.
<듄: 파트 2>는 영화 팬들을 매료시킨 파트 1의 장점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드니 빌뇌브 감독 특유의 장엄한 비주얼과 사운드는 이번에도 인물의 내면을 효과적으로 펼쳐보인다. 빛과 어둠의 활용이나 독창적인 우주선의 디자인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장대한 우주와 인간의 대비, 클로즈업한 폴의 눈동자 속에서 관객은 그의 고뇌를 읽는다. 무앗딥이 된 폴이 원하는 것은 적대도 숭배도 아니다. 그러나 ‘운명’은 그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전편에서부터 폴에게 찾아왔던 흐릿한 환영 혹은 꿈은 또렷해진다. 폴이 본 것은 예견된 미래인가, 바꿀 수 없는 운명일까. 정해진 운명 속 인간 의지의 의미에 관한 영화의 질문은 <듄: 파트 2>에 흔한 영웅 서사와 다른 깊이를 더한다.
파트 2에는 전편에 없던 화려한 전투 신이 더해졌다. 폴이 이끄는 프레멘이 황제, 하코네 가문과 맞서며 치르는 사막 위 대전투는 말그대로 장관이다. 공포의 대상이었던 모래 벌레를 길들여 대이동이나 전투에 이용하는 장면은 시각특수효과(VFX)로 구현한 액션 신을 보는 즐거움을 일깨운다. 마블을 필두로 한 히어로영화들이 잇따라 범해온 실책을 <듄: 파트 2>는 유유히 피해간다. 러닝타임은 165분으로 짧지 않지만 스크린 위에 펼쳐지는 듄의 세계는 그저 ‘입 벌리고’ 볼 만 하다. 빌뇌브 감독은 아이맥스(IMAX) 관람을 전제로 영화를 제작했다. 파트 1에서 전체 분량의 40% 이하였던 아이맥스 촬영 비율은 이번엔 전체로 확대됐다.
<듄: 파트 2>에는 프랭크 허버트의 원작 소설 <듄>(1965)의 후반부 내용이 담겼다. 소설이 여기서 끝나지 않고 <듄: 메시아>, <듄: 듄의 아이들>로 이어지는만큼 후속 영화에 대한 팬들의 기대가 높다. 빌뇌브 감독은 지난해 12월 내한 당시 “만약 파트 3를 만들게 된다면 <듄: 메시아>를 영화로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트 3는 아직 각본 작업이 진행 중으로 영화화까지 얼마가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파트 2는 파트 1 개봉 이후 촬영됐다.
빌뇌브 감독과 티모테 샬라메, 젠다이아 등 영화의 주역들은 개봉을 맞아 이틀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감독은 2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파트 2는 전편보다 강인한 영화로 제가 평생 해온 어떤 것보다 힘든 과제였다”며 “액션 시퀀스가 많고 복잡해 개인적으로는 겸허해지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관객에 대한 애정과 존경을 표하며 말했다. “한국은 진정한 시네필(영화광)의 국가입니다. 존경하는 감독과 제작자들이 많은 한국에서 <듄: 파트2>를 선보이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샬라메는 이날 국내 브랜드 ‘준지’의 회색빛 의상을 입고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현재 인기리에 상영 중인 <웡카>에 이어 <듄: 파트2>로 관객을 만나게 된 샬라메는 “초콜릿을 팔다 갑자기 우주에서 뭐하는 건가 혼란스러워하실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한국은 영화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가진 나라”라며 “풍부한 한국의 영화적 역사를 직접 느낄 수 있어 기쁘고 그런 한국에서 이 영화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면 너무나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