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툰툰한 하루
2024.02.23 14:00 고희진 기자

웹툰 <오늘을 살아본 게 아니잖아> 대표 이미지. 왓챠

웹툰 <오늘을 살아본 게 아니잖아> 대표 이미지. 왓챠

[오늘도 툰툰한 하루] 180세 시대에 할 일 없는 하루란?…‘오늘을 살아본 게 아니잖아’

흥미로운 만화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매주 금요일 오후 찾아옵니다.

인공지능의 시대, 생명 연장 신기술로 인간은 최대 180살까지 살 수 있습니다. 칠십을 넘어 죽음을 준비하던 주인공 여진희도 ‘어쩔 수 없이’ 올해로 100살을 맞았습니다. 그의 세 번째 남편은 바람을 피웠고, 여진희는 남편에게 이혼을 통보하고 집을 나와 원룸으로 이사했습니다. 말벗이라곤 90세 이상은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홈닥터 로봇 ‘엠유’밖에 없는 적적한 생활. 아침에 일어나 엠유에게 오늘의 일정을 묻지만, “여사님 오늘 예정된 일정은 없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여진희는 생각합니다. “오늘을 살아본 게 아닌데도, 오늘이 어떨지 하나도 설레지 않아.”

이번주 만화는 웹툰 작가 한차은이 글과 그림을 맡은 <오늘을 살아본 게 아니잖아>입니다.

<오늘을 살아본 게 아니잖아>의 한 장면.  왓챠

<오늘을 살아본 게 아니잖아>의 한 장면. 왓챠

가상의 세계이지만, 낯설지 않습니다. 100세 시대에 사는 우리. 의학기술이 조금만 더 발달하면 180세까지는 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오래 살다 보니 한 명하고만 부부 생활을 지속하지도 않을 것 같네요. 여진희의 삶이 곧 우리의 미래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무려 70년 차 소설가 여진희의 옆집엔 ‘현배군’이라는 남자가 삽니다. 단역 배우로 여전히 주인공을 ‘꿈꾸며’ 생활을 위해 페인트공 일을 한다는데요. 올해 99세라고 합니다. 현배군의 아내는 30년 전 교통사고로 딸과 함께 사망했습니다. 생명 연장 전이죠. 홀로 남은 배군에게 자신의 삶은 축복이지만은 않았을 겁니다.

그럼에도 남자는 자신을 “가장 황홀한 나이”라고 소개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이죠. “99살 인생이 진짜로 화려하거나 찬란하겠어요? 힘듦도 고민도 동반하죠. 더구나 약으로 연명하고 있으니…보너스 삶을 선물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이렇게 생각해야 이 엿 같은 생명 연장을 버티지 않겠어요?”

<오늘을 살아본 게 아니잖아>의 한 장면. 왓챠

<오늘을 살아본 게 아니잖아>의 한 장면. 왓챠

180세 시대라도 특별할 건 없습니다. 여진희는 세 번째 남편과의 이혼임에도 여전히 고통스럽고, 편의점에서 계란 30개짜리를 살까 15개짜리를 살까 고민합니다. 30개짜리가 싸지만 유통기한 안에 다 먹지 못할 거 같기 때문이죠. 비슷한 일상인데, 배군과 함께하던 진희는 자신이 ‘이른 아침, 떡집 앞 차양 밑에서 떨어지는 낙엽’을 본 적은 없다는 걸 깨닫습니다. 난생처음. 100세가 돼도 처음 겪는 일이 있을 수 있군요.

<오늘을 살아본 게 아니잖아>의 한 장면. 왓챠

<오늘을 살아본 게 아니잖아>의 한 장면. 왓챠

<오늘을 살아본 게 아니잖아>의 한 장면. 왓챠

<오늘을 살아본 게 아니잖아>의 한 장면. 왓챠

교통비와 의료비 등을 지원받기 위해 독거노인으로 등록하던 날 진희는 “역정이 났”습니다. 사람들이 오가는 공개된 장소에서 공무원에게 자신은 얼마 전 이혼 했으며 아들은 부도 위기에 처했고 딸은 혼자 살고 있다는 사실, 빚의 유무까지 말해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나이 들수록 내려놓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뭘 더 내려놓으란 말이야!”라고 외치고 싶습니다. 우울한 진희는 배군을 만나 페인트를 칠하는 알바를 하기로 합니다. 배군은 “우리 이 벽을 다 칠해버리고 안정을 찾도록 해봐요”라고 말하죠. 그리고 둘 사이에 ‘연애’라는 단어가 찾아옵니다. 진희의 100번째 봄에도 벚꽃은 휘날립니다.

<오늘을 살아본 게 아니잖아>의 한 장면. 왓챠

<오늘을 살아본 게 아니잖아>의 한 장면. 왓챠

<오늘을 살아본 게 아니잖아>의 한 장면. 왓챠

<오늘을 살아본 게 아니잖아>의 한 장면. 왓챠

간결한 선과 단순한 채색으로 이뤄진 그림이 담담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입니다. 별다른 사건이 없어서 좀 심심하다는 생각이 드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이란 주인공들처럼 50세에도 100세에도 180세에도 어느 정도의 지루함을 견디며 소소한 특별함을 찾는 과정이 아닐까 합니다. 만화는 총 30회입니다. OTT <왓챠>에서 전 회차 무료 서비스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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