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익히는 데 다섯 배 시간…결국 해내고 말지요”

2024.05.09 20:07 입력 2024.05.09 20:13 수정

창단 20주년 기념 공연 앞둔

장애인 사물놀이 ‘땀띠’

9일 서울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땀띠 날다 20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서형원 총연출, 땀띠 멤버 조형곤·이석현·박준호·고태욱, 송경근 음악감독. 백승찬 기자

9일 서울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땀띠 날다 20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서형원 총연출, 땀띠 멤버 조형곤·이석현·박준호·고태욱, 송경근 음악감독. 백승찬 기자

서로 다른 장애 가진 4명의 멤버
10대에 만나 어느덧 30대 직장인

긴 세월 함께하게 한 힘은 유연함
“어머니들 노고 녹아든 공연이길”

“하나, 둘, 셋, 넷!” 구호가 끝나자마자 리듬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리코더처럼 익숙한 악기도 있었지만, 쓰임새를 알기 어려운 처음 보는 악기도 있었다. 곡이 흐름에 따라 미세하게 리듬이 어긋나는 부분도 있었으나 곡을 끝까지 듣는 데 무리는 없었다.

9일 서울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사물놀이 땀띠가 기자들과 만났다. 5월31일~6월2일 이곳에서 열리는 창단 20주년 공연 ‘땀띠 날다 20년’을 앞두고 열린 행사다.

2003년 결성된 땀띠 멤버 4명은 모두 장애인이다. 북 치는 고태욱과 장구 치는 박준호는 자폐성장애가 있다. 꽹과리 치는 이석현은 뇌병변장애, 징 치는 조형곤은 다운증후군이 있다. 음악치료를 위해 만난 10대 장애인 소년들은 어느덧 30대 직장인이 됐다. 사물놀이로 시작한 이들의 음악 여정은 온갖 월드뮤직 악기로 뻗어나갔다. 2013년 월드뮤직 그룹 공명과 만나며 창작 음악에 도전했다. 음반을 내고 해외 연주회도 다녔다. 이석현은 “연습실도 없이 복도 한쪽에서 연주하다가 이제 국립극장 객석에서 기자들에게 음악을 설명하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땀띠’라는 이름은 초창기 연습 환경에서 따왔다. 결성 1년 뒤 사물놀이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컨테이너 임시 건물에서 여름 내내 연습했다. 땀이 맺혀 송골송골하다가 급기야 온몸에 땀띠가 생겼다. 그때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팀 이름을 ‘땀띠’라고 정했다.

이날 주최 측이 제공한 책자에는 땀띠가 연주한 창작곡 악보가 있었다. 단순한 멜로디의 곡도 있지만, 리듬이 변화무쌍하고 복잡한 곡도 있었다. 반복해서 익히고 외우는 수밖에 없었다. 땀띠 음악감독인 공명의 송경근은 “처음에 조형곤씨에게 제일 쉬운 셰이커 리듬을 알려줬다. 잘 못하기에 ‘역시 안 되는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후 다시 보니 결국 해내더라”며 “나중에 들으니 다운증후군 장애인은 박자를 맞추기 어렵다고 한다. 해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나 싶어 감동했고, 제 자신이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서로 의사소통이 쉽지 않을 때도 있고, 신체 구조상 악기를 연주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이석현은 “곡을 익히는 데 비장애인보다 다섯 배 시간이 든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인기 많고 음악성 뛰어난 그룹도 20년을 함께하기란 쉽지 않다. 땀띠가 20년 이상 음악을 이어온 배경엔 ‘유연함’이 있었다. 새 곡을 익히거나 큰 공연을 앞두고서는 열심히 연습하지만, 평소엔 서로의 일과 시간을 존중한다. 이석현은 “‘땀띠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운명론적 관점을 내세우거나, ‘우리 팀이 무너지면 장애인 음악단체가 무너진다’는 대의를 위해서였다면 이렇게 오래 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있고 그들이 모일 때 땀띠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20년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서형원 총연출은 “전면에 드러나지 않지만, 20년을 지켜온 땀띠 어머니들의 노고가 배어나오는 공연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경근 감독은 “땀띠가 30주년, 40주년에도 행복하게 음악생활 하고, 건강과 행복을 유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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