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구세주야. 내가 바로… 마블의 예수님이야.”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에서 데드풀은 이렇게 말한다. 또 “나 디즈니랜드 간다”고 선언하는가 하면 20세기 폭스 로고가 거대한 폐허로 등장한다. 데드풀은 ‘어벤져스’에 지원하지만 떨어지고 중고차 딜러로 살다 울버린과 함께 우주의 위기를 해결한다는 것이 이 영화의 내용이다.
슈퍼히어로 시리즈 ‘데드풀’ ‘엑스맨’은 원래 영화사 20세기폭스가 판권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2019년 모회사인 21세기폭스를 월트디즈니컴퍼니가 인수하면서 ‘어벤져스’ 시리즈로 유명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세계관에 흡수됐다. 최근 마블 영화들은 연이어 흥행에 실패하고 혹평을 받아왔다. 오는 24일 개봉할 <데드풀과 울버린>은 위기에 빠진 마블을 구원할 수 있을까. 이 작품에는 데드풀·엑스맨 세계관 합병을 통한 마블의 ‘리셋’ 의지가 대놓고 드러나 있다.
<데드풀과 울버린>의 주연을 맡은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데드풀)와 배우 휴 잭맨(울버린)이 내한해 4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제작과 각본에도 참여한 레이놀즈는 “마블이 예전만큼 많은 인기를 누리지 못해 ‘리셋’(재시작)이 필요하다는 것은 안다”면서도 “그러려고 이 작품을 만들진 않았고 그저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 뉴욕 아파트에서 각본을 쓰면서 ‘마블의 예수님’이라는 말을 쓰긴 했어요. 제 아내인 배우 블레이크 라이블리도 ‘일부러 이렇게 썼어?’라고 물어봤는데 그렇진 않아요. 데드풀 혼자 망상하는 거예요. 스토리텔링의 마법은 즐거움이죠. 영화를 보시면 깜짝 놀랄 장면이 많을 겁니다.”
휴 잭맨도 “관객의 기대를 알지만 저희만큼 기대가 높은 사람은 없다는 점은 약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가 울버린을 25년째 연기하고 있고, 이번이 10번째 울버린 영화입니다. 진심을 담아 연기해온 배역이 등장하는 영화를 가장 친한 두 친구(감독 숀 레비와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와 만들었습니다. 가장 자랑스러운 영화이기도 합니다.”
울버린은 <로건>(2017)에서 사망했지만 마블의 멀티버스(다중우주) 설정을 통해 부활했다. 마블에 편입되었어도 데드풀 시리즈 특유의 잔혹한 피칠갑 액션과 자극적인 말장난은 그대로다. 미국에선 마블 영화 최초로 R등급(청소년 관람불가)을 받았고, 한국에서도 19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숀 레비 감독은 “디즈니와 마블도 처음부터 ‘최초의 청불 영화가 될 테니 데드풀의 톤을 유지하라’고 말해줬다”며 “영화에 흐르는 피는 데드풀의 DNA(유전자정보)라고 봐도 좋다”고 말했다.
라이언 레이놀즈와 휴 잭맨, 숀 레비는 실제로 오랜 친구 관계다. 이들이 전날인 3일 서울 고척돔에서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프로야구 경기를 관람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세 친구는 이번 영화 홍보 투어에서 특정 도시에 들를 때마다 한 명이 가고픈 장소를 고르고, 나머지 두 명은 거부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고척돔 일정은 레비의 선택이었다.
잭맨은 “한국의 엄청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며 “관중의 응원가 때문에 스마트워치에서 ‘소음이 너무 크다’는 알람이 계속 울릴 정도였다”고 말했다. 레이놀즈는 “아홉 살 딸의 가장 친한 친구가 한국 출신”이라며 “인생을 통틀어 야구 경기는 미국과 한국 두 곳에서 봤는데 한국이 더 재밌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