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초 손댄 주지훈 “실수건 간에 내 잘못”

2012.07.18 20:48 입력 2012.07.18 22:59 수정 박은경·사진 정지윤 기자

배우 주지훈(30)은 군 제대 후 첫 작품으로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감독 장규성)를 선택했다. ‘조선판 왕자와 거지’라고도 불리는 이 작품은 왕세자 자리가 부담스러운 충녕대군이 궁을 탈출한 사이, 얼굴이 똑같이 생긴 노비 덕칠이 대신 왕세자 노릇을 한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사극은 처음인 주지훈은 하루에도 몇 번 씩 소심하고 진중한 세자와 다혈질의 노비 덕칠로 얼굴을 바꿔가며 1인2역을 했다. 스포츠경향이 주지훈을 만났다.

장규성 감독의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에 출연한 영화배우 주지훈 .정지윤기자

- 복귀작이라 고민을 많이 했을텐데 어떤 점에 끌려 결정했나.

“출연 고민을 오래 하지 않는 편이다. 이야기가 재밌고 공감하면 한다. 이번에는 같이 하는 선배님들에 대한 신뢰가 컸는데, 백윤식(황희 역), 변희봉(신익 역), 박영규(태종 역) 선배님을 한 작품에서 만나는 건 앞으로도 힘들 것 같다. 이 분들을 보는 것 자체가 배우는 것이라 현장이 마치 학교 같았다. 세 분 성격이 모두 달라서 닮고 싶은 점만 뽑아오려고 했다. 박영규 선배님은 현장을 열정적으로 이끌고, 백윤식 선배님은 여유가 있다. 변희봉 선배님은 끊임없는 탐구. 셋을 합치면 어떻게 될까도 상상해봤다(웃음).”

- 1인2역을 하면 분량도 많고, 감정 조절도 힘들었겠다.

“덕칠은 터프하고, 충녕은 너무 진중했다. 감정을 뽑는다고 뽑았는데, 모니터를 해보면 톤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너무 올리다보면 과해지기도 하니까 디테일 잡기가 힘들었다. 나중에는 연기 준비를 할 때부터 덕칠일 때는 과격하게 몸을 풀고, 충녕일 때는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차분하게 하는 식으로 다르게 했다. 덕칠은 점점 궁 생활에 적응하고, 충녕은 점차 백성들의 비참한 삶에 눈을 뜬다.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사람이 변화의 과정에서 만나는 지점이 있는데 그때는 어떻게 차별을 둬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 멍석말이를 당하기도 하고, 발이 찢어지는 상처를 입기도 했다. 육체적으로 고생을 많이 한 것 같다.

“발을 다쳤는데 실밥을 제거하러 병원에 갈 시간도 없었다. 손톱깎기로 잘라 내가 스스로 뽑아냈는데, 이런 것도 사람들 보는 데서 해야지 알아서 혼자 하면 알아주지도 않더라(웃음). 멍석말이도 가짜로 할 수 없어서 진짜 맞았는데, 찍다가 해가 뜨는 바람에 다음날 다시 찍었다. 고통은 익숙하다. 내가 힘든 것보다는 호위무사로 나오는 임원희 선배님이 나를 업는 장면에서 오케이 사인을 받고 나서 신발에서 돌멩이 하나를 꺼내더라. 너무 아팠을 것 같아서 그 때 많이 미안했다.”

- 3개월 동안 전국을 다니며 촬영했는데 힘들 땐 어떻게 마음을 달랬나.

“연기 때문에 진짜 속상하다가도 밤하늘을 보면 숨통이 트였다. 시골이라 별이 하늘에서 땅까지 이어지는데 장관이었다. 촬영 끝나고 (임)원희 형이랑 기울이는 소주 한잔도 좋았고, 체중 유지하려고 자전거를 탄 것도 좋았다. 지방에서 너무 건강식만 먹으니 서울 올라오면 삼시 세끼 햄버거만 먹을 때도 있었다.”

- 안 좋은 일(2010년 대마초사건)이 있을 때 피할 수 있었는데도 피하지 않았다.(‘음성’ 판정이 왔으나 스스로 고백했다.)

“스스로 속이는 게 창피했다. 술 마신 후의 호기심이건 실수건 간에 내 선택이고 내 잘못이다. 아버지가 스무 살 넘으면 네 손으로 선택하는 인생이니 누구 탓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때 그냥 넘어갔다고 해도 나는 평생 거짓말을 하고 살아야 한 거다. 누군가를 지켜야 하는 거짓말이 아니라 내 이득을 위한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때 거짓말을 했으면, 친한 친구나 나중엔 내 자식에게까지 거짓말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거 보다는 내가 질타를 받고 반성하면 언젠가는 용서해주시겠지라고 생각했다.”

-올해 서른 인데 마흔에는 어떤 모습이고 싶나?

“많이 놓았으면 좋겠다. 어렸을 때는 ‘모 아니면 도’라는 마음으로 빡빡하게 살았다. 어렸을 땐 그게 내 원동력이 되기도 했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어쩔 수 없는 건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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