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내가 잠들기 전에’

2014.10.23 21:13 입력 2014.10.23 21:52 수정 이혜인 기자

매일 아침 낯선 자기방에서 잠을 깨는 여주인공

매일 아침 낯선 방 안에서 눈을 뜨는 여자가 있다. 옆에는 자신이 태어나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남자가 누워 있다. 두려움에 떨며 화장실에 들어간 여자의 눈앞에 더욱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낯선 남자라고 생각했던 그 남자와 자신이 함께 찍은 결혼사진이 화장실 벽에 가득 붙어 있다. 남자는 침대에 앉아 차분하게 말한다. “나는 당신의 남편 ‘벤’이야. 당신은 사고로 지난 20년간의 기억을 잃었어. 또 매일 자고 일어나면 그 전날까지 있던 일을 모두 잊어버려.”

영화 <내가 잠들기 전에>는 단 하루밖에 기억을 하지 못하는 여자 크리스틴(니콜 키드먼)이 주인공인 스릴러 영화다. 2011년 상반기 미국, 영국 등 세계 곳곳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S J 왓슨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크리스틴의 주변에는 의심스러운 것 천지다. 남편 벤(콜린 퍼스)은 크리스틴이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기를 꺼리며 무언가를 계속 감춘다. 크리스틴이 옷장 속을 뒤져서 꺼낸 카메라에는 매일의 기록이 녹화돼 있는데, 영상 속 크리스틴은 “벤을 믿지 말라”고 말한다. 매일 같은 시각 전화를 걸어 크리스틴의 기억상실증 치료를 돕는 정신과 의사 내쉬(마크 스트롱)도 완전히 믿기에는 어딘가 수상스럽다.

<내가 잠들기 전에>는 불안한 여주인공의 심리 변화와 행동에 맞춰 극을 이끌어가며 몰입감을 높인다. 이전에도 <메멘토> <첫 키스만 50번째> <이터널 선샤인> 등 단기 기억상실증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있었다.

이 중에는 기억 상실로 인해 발생하는 우스꽝스럽거나 기이한 상황들에 초점을 맞춘 것들이 많았다. <내가 잠들기 전에>에서는 낯선 상황에 놓인 여주인공의 불안한 눈빛과 숨소리, 어색하고 조심스러운 동작들을 중점적으로 묘사하며 관객에게까지 불안감이 전달되도록 한다. 니콜 키드먼과 콜린 퍼스의 차분하고 세밀한 연기는 영화의 느낌을 잘 전한다.

영화는 어떤 관객들에게는 조금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야기 대부분이 크리스틴과 벤 두 사람에게만 집중돼 전개된다.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는 대부분이 집으로 단조롭다. 영화의 핵심이 되는 반전들은 대부분 뒤쪽에 몰려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 숨죽이며 보는 것을 즐기는 관객이라면 지루함 없이 집중해 볼 만하다.

개봉은 오는 30일이다. 상영시간은 9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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