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문명, 생태적 경제와 지구 섬기는 교육 통해 실현돼야”

2018.10.15 21:00 입력 2018.10.15 21:01 수정

존 캅 명예교수 초청 ‘생태문명 국제콘퍼런스’

지난 12일 경기 파주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열린 ‘생태문명 국제콘퍼런스 2018’에 참석한 청중들이 강금실 지구와포럼 대표(왼쪽)와 존 캅 클레어몬트신학대학원 명예교수(가운데), 이재돈 가톨릭대 겸임교수의 대담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지구와사람 제공

지난 12일 경기 파주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열린 ‘생태문명 국제콘퍼런스 2018’에 참석한 청중들이 강금실 지구와포럼 대표(왼쪽)와 존 캅 클레어몬트신학대학원 명예교수(가운데), 이재돈 가톨릭대 겸임교수의 대담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지구와사람 제공

“기후변화의 결과를 피하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여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지속가능하지 않은 삶을 중단하고 올바른 선택을 내린다면 수십억명의 사람들을 구할 수 있습니다.”

당대 최고의 원로 신학자로 꼽히는 존 캅 미국 클레어몬트신학대학원 명예교수(92)의 말에서는 절박함이 묻어나왔다. 캅은 1971년 ‘생태신학’의 시발점을 알린 저서 <너무 늦은 걸까?(Is it Too Late)>를 출간한 이래, 줄곧 생태문명과 환경사상이라는 주제에 천착해 왔다.

“생태·환경적 이슈서
트럼프는 최악 지도자”
상황 악화 경종 울리고

지난 12일 개막한 ‘생태문명 국제콘퍼런스 2018’에 참석한 그는 “50년 넘게 환경문제를 고민했는데 최근 들어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느낀다”고 경종을 울렸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기후변화나 생태·환경적 이슈에서 역대 최악의 지도자”라며 “트럼프가 우리가 이뤄냈던 작은 진전이나마 되돌리려고 하는 게 가슴 아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다행히 사람들이 대통령이나 정부에 문제를 맡겨둬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며 “공공영역, 도시, 정당 전반에서 행동주의 정신이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 정착으로
전쟁 불가능하게 만들면
한국은 세계에 큰 기여”

그는 특히 생태문명 전환을 위한 ‘한반도 평화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전쟁은 가장 심각한 고통을 야기하는 위기”라며 “지금 한국인들의 가장 중요한 소명은 한반도 평화정착으로, 여러분들이 한국에서 전쟁이 다시는 불가능하도록 만든다면 전 세계에 큰 기여를 하게 된다”고 밝혔다.

대담 사회를 맡은 강금실 지구와사람 대표가 “생태문명을 지향할 때 가장 발목을 잡는 것이 경제 문제이며 한국도 여전히 성장 중심 사고방식에 젖어 있다”고 하자, 캅은 “현재의 시스템이 지니는 광기의 수준이 너무 커서 몇 가지를 해결하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캅은 “경제적 진보를 시장 활동의 양적 측면이 아니라 인간 존재에 도움이 되느냐를 기준으로 측정해야 한다”며 “정부가 생태문명으로 나아가겠다고 공식적으로 약속하고 국내총생산(GDP) 중심의 성과 측정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담자로 나선 이재돈 신부(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겸임교수)는 “경제라는 말의 우리식 표현은 살림살이인데 생명에서 유래한다”며 “경제도 정치도 인간이 행복하게 존속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캅은 생태문명이 실현되려면 경제 체제의 개편과 더불어 교육제도도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수는 두 신을 섬길 수 없다고 했는데 지금 우리는 부(富)라는 또 다른 신을 섬기고 있다. 이제는 지구를 섬기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중국에서 내년부터 모든 대학의 학생들에게 생태문명 관련 강의를 의무적으로 수강하도록 한 사례를 소개했다. 아흔의 나이에도 환경사상가이자 활동가로 전 세계를 누비고 있는 그는 “진정한 예수의 제자가 되고 싶다면 먼저 지구를 구해야 한다. 함께하자”고 행동을 촉구했다.

“평화번영 시대 위해선
기후변화와 핵무기
잦은 전쟁으로 얼룩진
20세기 산업문명의
패러다임 뛰어넘어야”
파주선언 발표

이번 콘퍼런스를 주최한 지구와사람, 서울대-한신대 포스트휴먼연구단, 경희대 미래문명원, 과정사상연구소 등은 14일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생태전환 선언’(파주선언)을 발표하고 “한반도와 동아시아, 나아가 국제사회의 진정한 평화번영의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기후변화와 핵무기, 잦은 전쟁으로 얼룩진 20세기 산업문명의 낡은 패러다임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밝혔다.

파주선언은 “인간과 지구의 상호 호혜적 고양 관계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생태위기, 양극화, 타자를 배제하는 정치 등의 문제에 대해 지구시민으로서 자각하고 집단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생태경제 관점에서의 경제적 재조직화, 생태과학기술의 추구, 지구법 등을 통한 지구 중심 거버넌스 구축 등을 제안했다. 또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은 근대 문명에 대한 성찰과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이라는 새로운 상상과 서사 속에서 지구시민들과 함께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외 생태전문가 100여명이 참가한 콘퍼런스는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생태적 전환’을 주제로 14일까지 파주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진행됐다. 데이비드 코튼 전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와 원테준 중국 인민대 교수가 ‘문명의 시스템 전환을 위한 지구시민의 노력’이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을 했으며, 생태문명론, 생태적 경제시스템, 과학기술과 생태, 생태문화와 지속가능한 배움 등 세부 분야별로 주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정건화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생태문명을 위한 경제 체제는 지구의 수용 능력 안에서 운용되는 생태적 경제가 되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와 농업, 교통과 휴먼 서비스를 중심으로 분권화된 지역들에 기반한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티안 북경사범대 철학과 교수는 “모든 종은 상호의존적이며 인류는 오로지 한 개의 지구를 가지고 있다”며 “문명의 변화기에 있는 인간에게 유일한 희망은 산업문명을 생태문명으로 바꾸고 이를 위해서는 자연에 대한 비기계론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우석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는 한반도 생태축인 백두대간이 북한의 산림황폐화와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감소로 위기를 겪고 있다면서 “이제는 단기적인 정치경제적 효과나 이익보다는 한반도의 건강한 생태계 공동체를 후손들에게 넘겨주기 위한 남북한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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