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사태 때 예비전력 수십분간 ‘0’

2011.09.21 21:53 입력 2011.09.21 23:34 수정
홍재원 기자

김영환 지경위원장 밝혀… 전력거래소 해명과 달라

사상 초유의 대규모 정전 사태가 벌어진 지난 15일 전력수요가 공급량을 초과한 상황이 수십분 이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김영환 국회 지식경제위원장(민주당)은 21일 “사상 초유의 정전 사태가 벌어진 15일 예비전력이 ‘0(제로)’인 상황이 수십분간 이어졌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실시한 국회 브리핑에서 “전력거래소를 방문해 거래소 임원, 실무자들과 미팅을 가진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정확한 상황은 주파수 대역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15일 오후 2시15분부터 4시 사이에 예비전력 제로 상황이 되면서 ‘전국적인 블랙아웃’이라는 대재앙이 발생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정상적인 상황의 주파수는 60㎐를 기준으로 ±0.02인 59.8~60.2다. 또 전력공급량에 비해 부하량이 늘어나면 주파수가 떨어지고, 59.8㎐ 이하로 내려갈 경우 예비전력이 ‘0’인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주파수는 전기 수요와 공급의 균형에 따라 나타나는 물리적 수치로 우리나라는 60㎐의 전기를 사용한다. 정전 당일 주파수 자료를 보면 오후 1시49분부터 53분까지, 2시12분부터 58분까지, 3시6분부터 10분까지 주파수가 59.8㎐ 아래로 떨어졌다.

또 순환정전이 실시된 3시11분 이후에도 3시17분부터 29분, 3시40분부터 51분, 4시3분부터 14분 사이에 주파수가 59.8㎐를 밑돌았다.

한 전기 전문가는 “주파수가 59.8㎐ 밑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전력수요가 공급량을 넘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 시간대에 실제 공급되던 전력량이 총전력 수요량을 밑돌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았는데 왜 전기가 끊기지 않았을까. 전기 전문가들은 “주파수가 떨어지는 것 자체가 전기 품질이 떨어진다는 뜻”이라며 “통상 59.0㎐까지는 발전기가 버틸 수 있지만 그 밑으로 내려가면 ‘블랙아웃’ 위험에 노출된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현재 국내 발전시스템은 주파수가 59.0㎐ 이하가 되면서부터 단계별로 전체 전력수요의 39%를 자동 차단하게 설계돼 있다”며 “그래도 주파수가 계속 떨어져 58.0㎐ 수준까지 떨어지면 일시에 전국이 암흑에 휩싸이는 ‘블랙아웃’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전력거래소는 발전기가 일부 멈추기 시작하는 주파수인 59㎐가 되기 전 순환단전을 전격 시행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실제 15일 오후 3시쯤 주파수는 59.4㎐ 선까지 떨어졌다.

예비전력이 ‘0’ 상태였음이 밝혀짐에 따라 전력거래소의 예비전력 개념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전력거래소는 사태 발생 직후 예비전력 최저치가 343만㎾였다고 했다가 당일 밤엔 149만㎾였다고 수정했다. 최중경 지경부 장관이 추후 확인한 결과 24만㎾였다고 재수정했다.

어느 쪽 수치든 전력거래소 설명대로라면 전력공급량이 수요보다 많았다는 뜻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력거래소의 예비전력은 전력공급 능력에서 최대수요를 뺀 개념이다. 그런데 전력공급 능력엔 실제 전기를 공급하지 않고 있는, 즉 쉬고 있는 발전기의 용량까지 모두 포함됐다. 예비전력 수치만 봐서는 실질적인 전력 수급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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