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단가 싼 ‘원전 확대’에도 1분기 한전 적자 6조

2023.05.12 16:12 입력 2023.05.12 19:42 수정

전문가들 “전기요금 현실화가 해답”

서울 동대문구 주택가의 전기 계량기 모습. 연합뉴스.

서울 동대문구 주택가의 전기 계량기 모습. 연합뉴스.

올해 1분기 원자력발전 이용률 증가와 전기요금 인상에도 한국전력의 영업손실 규모가 6조원을 넘어섰다.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 등 연료비 가격이 고공행진 하면서 시장 전망치보다 1조원 이상 적자 폭이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요금 현실화가 늦어질수록 눈덩이처럼 커진 재정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전은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을 ㎾h당 13.1원 올렸지만 6조177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12일 밝혔다. 금융투자업계는 같은 기간 한전의 적자 폭이 5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 같은 전망을 하회한 셈이다. 한전 부채는 작년 말 기준 192조8000억원으로 부채비율은 459.1%에 달한다.

대규모 적자가 발생한 가장 큰 이유는 LNG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33.3%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한전에서 발전 자회사에 지급하는 연료비와 민간 발전사에 지급하는 전력구입비도 덩달아 올랐다.

발전단가가 가장 저렴한 원전 이용률이 증가했지만 적자 폭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원전 이용률은 올해 1분기 80.2%를 기록해 문재인 정부(2017∼2021년) 평균 이용률(71.5%)을 크게 웃돌았다. 그간 국민의힘은 한전 적자의 근본 원인이 ‘탈원전’이라고 외쳐왔다.

2분기에도 2조원가량 적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여당은 전기요금 추가 인상 시점을 놓쳤다. 당초 3월 말까지 인상 여부를 확정했어야 했지만 물가에 끼칠 영향과 여론 악화 등을 우려해 지금까지 가격 결정을 미뤘다.

그 사이 한전은 회사채 발행으로 근근이 버텼다. 지난 8일 기준 회사채 발행 규모는 77조2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으로 회사채 발행 한도를 5배 늘렸지만 벌써 한도가 27조2000억원 밖에 남지 않았다. 올해 들어서도 4월까지 7조9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이 같은 추세라면 내년 3월에는 발행 한도가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전기요금을 정상화하지 않으면 설비 투자를 제때 하지 못해 최악의 경우 ‘정전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며 “한전채 이자 부담이 매일 40억원씩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국민이 내야 할 몫이 된다”고 말했다.

가스공사도 지난해 겨울 ‘난방비 폭등’ 사태 이후 올해 1분기 가스요금이 동결되면서 재정난이 심각하다. 가스공사의 연료비 미수금은 지난해 말 12조207억원에서 올해 1분기 14조2919원으로 2조2712억원 증가했다. 연료비 미수금이란 천연가스 수입 대금 중 가스요금으로 회수되지 않은 금액을 뜻한다.

이날 한전과 가스공사가 내놓은 비상경영 자구안만으로는 대규모 적자를 해소하기 어렵다. 대표적으로 한전은 전력설비 건설 규모와 시기를 조정한다고 했는데 이는 투자 시점만 미룬 것이라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가스공사도 프로농구단 운영비를 20% 줄인다는 계획를 내놨는데 전체 투자 금액 자체가 적어서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조합과 협의 없는 일방통행식 인건비 감축을 두고는 벌써 반발이 나온다. 한전 노조 관계자는 “연료비 급등에 따른 공공요금 인상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면서 “우리나라는 요금 인상 지연에 따른 적자를 방만 경영의 결과인 것처럼 몰아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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