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라…美 잇단 中 커넥티드카 견제에 韓 고민 커진다

2024.05.09 16:24 입력 2024.05.09 17:42 수정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 AP 연합뉴스 자료 사진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 AP 연합뉴스 자료 사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고강도 규제책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중국 기술·부품을 적용한 커넥티드카(인터넷에 연결된 차량) ‘수입 금지’까지 시사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중국산 커넥티드카 규제와 관련해 “수입 금지를 포함한 극단적 조치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몬도 장관은 하원 세입소위원회 청문회에선 중국 견제를 통상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규정하고 연내 중국에 대한 투자 규제 규정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커넥티드카에 중국 등 우려국가의 기술을 쓸 경우 차량 해킹이나 데이터 유출 위험이 있다면서 상무부에 조사를 지시한 바 있다.

미국이 중국 기술이 활용된 커넥티드카 수입 금지 조치를 단행한다면 국내 자동차 업계에 불똥이 튈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중국 바이두와 커넥티드카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기도 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일부 부품은 중국에서 조달하거나, 협력업체가 중국산 제품을 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해당 부품이 규제 항목에 포함된다면 미국 수출길이 막히는 셈이다.

미국이 규제 움직임을 본격화하자 현대차그룹은 최근 미국 상무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커넥티드카 공급망 조사의 넓은 범위, 잠재적 규제 대상의 범위를 둘러싼 불확실성, 시행 시기가 모두 한국 자동차업계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현대차그룹은 또 미 상무부에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ICTS)의 범위를 모뎀과 게이트웨이 등 하드웨어, 외부에서 원격으로 접근·조종할 수 있는 하드웨어, 하드웨어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로 한정해달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고강도 규제책은 자율주행 기술과 인공지능(AI) 및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무인로보택시 등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으로 전환하려는 현대차그룹에 악재가 될 수 있다. 가뜩이나 한국은 SDV 전환 속도가 미국이나 중국 등에 비해 뒤처져 있다는 평가는 나오는 상황이다.

제21회 자동차의 날인 9일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협회 주최로 열린 콘퍼런스에서도 참석자들은 수북이 쌓인 난제를 테이블에 올려놨다. 이들은 전동화, SDV화, 스마트화 등 기술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향후 10년 이내에 엄청난 산업 생태계 변화가 예상되지만 현실은 각종 장애물에 가로막혀 있다고 지적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미래 차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에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을 당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민관이 힘을 모아야 한다”며 “자동차 기업도 IT 기업들과 적극 협력하고 필요하면 외국 기업들과도 손을 잡는 현지화 전략으로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구민 국민대 교수(전자공학부)는 “SDV 경쟁에서 뒤처지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생존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며 “SDV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해 ICT·소프트웨어·완성차 업체 간 기술 융합을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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