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각수 바다로 누설한 월성 4호기…“바다로 바로 나간 건 처음”

2024.06.23 16:52 입력 2024.06.23 17:13 수정 김경학 기자

월성 원전 4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수

지난 22일 배수구 통해 바다로 누설

시민단체 “철저한 조사, 수명 연장 중단”

원안위, 누설량·누설 원인 등 정밀 조사 착수

경북 경주 양남면 나아리 주민들이 2021년 2월 월성 원전을 가리키며 이야기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난 22일 새벽 경주 월성 원자력발전소 4호기에서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던 물이 배수구를 통해 바다로 누설됐다. 국내에서 사용후핵연료 저장수가 바다로 바로 흘러가는 사고가 발생한 건 매우 이례적으로, 사실상 처음으로 알려졌다.

23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등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월성 원전 4호기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수가 누설된 건 지난 22일 오전 4시34분쯤이다. 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이로부터 3시간20분쯤 지난 오전 7시53분 원안위에 보고했다.

바다로 흘러간 저장수 용량은 약 2.3t으로 추정했다. 저장조의 수위가 약 2.3t 감소한 데 따른 추정치다. 한수원은 이 추정치를 토대로 환경영향을 평가한 결과, 유효 선량이 연간 0.000000555밀리시버트(mSv)라고 밝혔다. 일반인 선량 한도인 연간 1mSv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게 한수원 자체 분석 결과다.

시민사회단체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했다”며 정부의 철저한 조사와 수명 연장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은 성명에서 “오염수 누설이 사전에 감지되지 않고, 저장수조의 수위가 낮아져서 확인했다는 사실이 더욱더 우려스럽다”며 “오염 냉각수의 유출 경로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는 한수원 자체 영향평가 결과에 의문도 제기했다. 2.3t이 유출됐는데 그 정도라면, 230만t이 유출돼도 일반인 선량 한도 이하인 0.5mSv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은 “월성 4호기는 2029년 수명이 마감하는 노후 핵발전소”라며 “섣부른 수명 연장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수명 연장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안위는 월성 원전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등 관계자를 파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원안위는 원전 내부 배수구와 원전 인근 읍천항·죽전항·봉길해수욕장 4곳에서 채취한 해수를 신속 분석한 결과, 세슘-137의 농도가 검출하한치 이하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세슘-137에 대한 포항과 울산 해역의 실시간 방사능 측정 결과에서도 특이사항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사용후핵연료를 건식 저장시설로 옮기기 전 5~6년간 보관하는 저장수가 바다로 흘러간 이례적 사고인 만큼 정확한 누설량, 누설 원인, 구체적인 환경영향평가 등 정밀 분석한다는 방침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이번처럼 바다로 바로 흘러간 경우는 처음으로 알고 있다”며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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