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류권이 빵처럼 부풀고 있다고?

2021.11.21 21:31 입력 이정호 기자

난징대·토론토대 연구진 “10년마다 두께 50m 넘게 상승” 학술지 발표

기후변화 심해지며 이상현상…과학계, 환경에 어떤 영향 줄지 몰라 긴장

지구 저궤도의 우주선에서 찍은 대기권. 가장 아래쪽 주황색 층이 대기권의 가장 하단부인 대류권이다. 최근 과학계에선 기후변화 때문에 대류권이 두꺼워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기후변화가 심해지면서 지구 대기권 중 지상에서 가장 가까운 부분인 ‘대류권’이 두꺼워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류권의 상단이 빵이 부풀 듯 우주 방향으로 상승한 것인데, 향후 지구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오리무중이어서 과학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달 초 중국 난징대와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진 등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를 통해 대류권이 10년마다 50m 넘게 상승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대류권은 지구 대기권 가운데 지상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다.

대류권 위로 성층권, 중간권, 열권이 샌드위치처럼 켜켜이 쌓여 대기권을 이룬다. 대류권의 두께는 평균적으로 10㎞다. 대류권에선 비나 바람 등 ‘날씨’라고 부르는 기상 현상이 발생한다. 그런데 공기는 더울 때 팽창하고 추울 때 수축한다. 지구의 공기가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대류권 역시 더울 때는 두꺼워지고, 추울 때는 얇아진다. 연구진은 북위 20도에서 80도 사이 대류권에 관측기구를 띄워 압력과 온도, 습도를 측정하고, 이를 위성항법시스템(GPS)과 연계해 분석했다. 그 뒤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 배출 때문에 생기는 기후변화가 대류권의 두께와 연관이 있는지 확인했다.

분석 결과, 기후변화는 대류권의 두께에 중요한 영향을 주고 있었다. 1980년부터 2000년까지는 대류권 최상단이 10년마다 50.3m씩, 2001년부터 2020년까지는 53.3m씩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에 탄력이 붙은 이번 세기 들어 대류권이 더 빠른 속도로 두꺼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연구진은 이런 일이 오로지 기후변화 때문에 일어난 건 아니라고 밝혔다. 화산 폭발과 동태평양 바닷물이 따뜻해지는 현상인 ‘엘니뇨’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런 자연적인 현상을 감안해도 두꺼워진 대류권의 원인 가운데 80%는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가 차지한다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문제는 대류권의 이상 동향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다는 점이다. 난기류에 직면하는 일을 줄이기 위해 대류권 계면, 즉 성층권과의 경계선을 비행하는 국제선 항공기의 순항 고도를 높여야 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아직 분명한 영향을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증가 추세가 극적으로 꺾이지 않는다면 향후 두꺼워진 대류권이 만든 결과를 인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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