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한테 ‘기후위기’ 책임 지울 방법 있을까, 점검은 누가?

2023.08.22 16:44 입력 2023.08.22 17:26 수정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스타광장에서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연 ‘열화상 카메라 퍼포먼스’에서 한 아이가 화석연료 퇴출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스타광장에서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연 ‘열화상 카메라 퍼포먼스’에서 한 아이가 화석연료 퇴출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리처드 히드 기후책임연구소 소장의 연구에 따르면 1751년부터 2010년까지 전 세계 산업 활동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메탄 배출량 중 63%는 불과 90개 ‘다 배출’ 기업의 몫이었다. 이를 다르게 해석하면 ‘일부’ 다 배출 기업이 신경을 쓰면 온실가스의 상당 부분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연구는 기후변화의 책임을 ‘기업’에 더 강하게 요구하는 계기가 됐다.

이소영 민주당 국회의원·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과 국가인권위원회, 녹색전환연구소는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후변화 시대의 기업의 책임:공급망 실사법의 활용과 확장’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이상수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종철 어떤바람 농장 변호사,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변호사는 기후변화 책임을 기업에 묻는 방법으로 ‘기후 실사’를 말했다.

‘기후 실사’가 뭐길래

‘기후 실사’는 기업이 스스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고 현실성 있는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수립한 뒤 그 성과를 추적해 모든 과정의 결과를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김 변호사는 “기업이 기후위기 대응, 신속하고 공정한 전환에 소극적인 이유 중 하나는 기업의 기후 책임을 담보할 규범이 제대로 없기 때문”이라며 “기후 실사를 위한 규범, 법이 국가적 차원뿐 아니라 국제적 차원에서도 생기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유럽에서는 ‘인권 실사’가 ‘기후 실사’로 확장되는 추세다. 2011년 만들어진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 원칙(UNGPs)’은 기업에 인권 존중 책임이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인권 실사’를 하도록 한다. UNGPs는 기업의 사업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발생하거나, 해당 기업과 연결된 기업이 발생시키는 인권 침해를 식별·평가하고, 평가 결과를 기업 활동에 반영하도록 한다. 기업의 조치가 적절했는지 검증하기 위해 이해관계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평가 절차도 만들고, 기업이 한 인권 침해 방지 조치를 외부에 설명하도록 했다.

기후변화를 ‘인권 문제’로 보기 시작하면서 ‘인권 실사’가 기후위기 대응 실사로 확장됐다. 지난 6월 유엔 ‘기업과 인권 워킹그룹’이 낸 ‘기후변화와 기업 및 인권에 관한 지침’을 보면, 기업의 인권 존중 책임에 기후위기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응할 책임이 포함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위해서 기업이 정책, 거버넌스 등에 기후변화를 고려하도록 하고, 온실가스 직접 배출량, 간접배출량과 공급망 배출량을 산정하도록 했다. 이해관계자와 기후변화 영향에 대해 의미 있는 협의를 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OECD는 올해 ‘책임 있는 경영을 위한 다국적 지침’을 개정하면서 기업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단기, 중기, 장기 저감 목표를 채택하고, 이행하고, 감시해 보고하도록 했다. 배출권 구매 등을 통한 온실가스 상쇄보다는 배출량 자체를 줄이는 것을 우선하기도 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회원국에 강제성이 있는 지속가능성 실사에 관한 지침 초안을 내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유럽의회 수정안을 기준으로 보면, 기업은 이해관계자와 협의한 후 경영 전략이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고, 2050년 탄소 중립에 이를 수 있는 목표와 일치하게 전환계획을 마련하고, 이행해야 한다. 각 회원국에서 이행 감독 기구를 설치해, 그 기구에 기업 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과 직접 조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도록 하기도 했다. EU는 이 법안을 2024년 채택해, 2025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캐나다 웨스트캘로나 산불. AFP 연합뉴스

캐나다 웨스트캘로나 산불. AFP 연합뉴스

“탄소중립기본법은 기후 실사 기본 요소 없어”

이 교수는 지난해부터 한국에서 시행된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해 “‘녹색경영’ 조항이 있지만, 기후 실사의 기본 요소가 빠져 있다”라고 평가했다. 탄소중립기본법이 기후 실사를 하도록 하고는 있지만, ‘자율적’으로 하도록 하고 공급망과 제품 이용 단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스코프3)는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기업의 기후 책임과 관련해 기후 실사보다 나은 대안을 찾기 어렵다”라며 “기업이 기후 실사를 효과적으로 하도록 하는 ‘기후실사법’ 제정이 필수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민사회는 기업의 기후 실사를 평가할 전문성을 갖추고, 기업을 감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 변호사는 “기업이 비재무 정보로 온실가스 배출량 등을 ‘공시’하고 이것으로 투자를 유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라며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UNGPs)를 확장해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 뿐 아니라 기후전략에 있어서 정의로운 전환이나 공정한 회복력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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