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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지자체, 인체 유해 살충제 ‘묻지마 대량살포’

2022.09.04 15:25 입력 2022.09.04 15:30 수정 김기범 기자

경남도의 소나무재선충병 항공방제 세부실행내역 내 살충제 살포량 및 살포면적 누락 내용. 윤미향 의원실 제공.

산림청과 각 지자체들이 인체와 생태계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살충제를 전국 곳곳에 대량살포하면서도 살포량과 살포면적 등의 기록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4일 국회 윤미향 의원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 동안의 ‘시군구별 소나무재선충병 항공방제 세부 실행내역’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 중 다수의 살충제 살포량과 면적이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산림청 집계와 지자체 기록상의 살포량, 면적 등이 다르게 나타나는 등 기록상의 오류도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살충제 등 유해물질의 인체 및 생태계 영향에서는 어느 지역에 얼마큼의 살충제를 뿌렸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살포량과 면적이라는 가장 기본적 정보의 관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2017~2021년 사이 방제 실행내역을 담은 자료를 보면 매년 다수의 지자체가 살충제 관리를 허술히 하고 있는 상황이 나타나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제주시는 한림읍, 구좌읍 등에서 서귀포시는 안덕면 등에서 실시한 방제에 이용한 살충제 살포량과 살포면적을 누락시켰다. 경남도, 강원도도 여러 지역에서 면적과 살포량 기록이 누락됐다. 2020년의 경우 대구시, 대전시, 충북도, 충남도, 경북도, 경남도, 제주도 등이 살포량과 면적을 누락시켰다.

특히 2020년 경남도의 경우 거제, 거창, 고성, 김해, 밀양, 사천, 산청, 의령, 진주, 창원, 하동, 합천 등의 다수의 기초지자체에서 뿌린 살충제의 양과 면적 기록을 무더기로 누락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소나무재선충병 항공방제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특히 살포량과 면적이 누락된 사례 중 상당수는 꿀벌에게 악영향을 끼칠뿐 아니라 인체 발암 가능성도 제기된 바 있는 살충제 ‘티아클로프리드’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과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살충제가 국내 곳곳 산림에 깜깜이로 대량살포되고 있는 셈이다.

티아클로프리드는 소나무 재선충병의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를 퇴치하기 위해 사용하는 살충제로, 산림청과 지자체들은 이 살충제를 물에 희석해 산림에 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학계에 보고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 살충제가 꿀벌 애벌레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며, 꿀벌의 생존율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살충제는 꿀벌에 악영향을 미치고, 인체에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해외에서는 다수 국가에서 사용이 제한된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의 살충제이기도 하다.

윤 의원은 “인체와 생태계 안전성 논란이 있는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를 소나무재선충 방제 목적으로 지자체에서 해마다 대량으로 살포하고 있지만, 산림청의 관리 부실로 살충제가 어디에 얼마나 살포되었는지 명확히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티아클로프리드 살포면적과 사용량. 윤미향 의원실 제공.

산림청의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지침’은 각 지자체들이 약제 살포 대장을 작성, 관리하고, 방제실적을 산림청에 매년 제출하도록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는 담당자 부재 등을 사유로 아예 자료 제출조차 하지 않았다.

산림청은 면적 오류에 대한 윤 의원의 질의에 대해 “대장 작성은 지자체들이 하고, 대장 작성 시 명확한 기준이 없어 면적을 표시할 때 통일되지 않게 작성했기 때문에 면적에서 차이가 난다”고 답했다. 또 살포량 오류에 대해서는 “착오에 의한 작성으로 오류가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 의원은 “산림청의 허술한 방제 관리는 생태계와 농가에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자체 전수조사 등 철저한 후속조치를 조속히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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