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적 거세’해도 발기약 먹으면 성관계 가능

2013.01.31 20:11

‘화학적 거세형’을 받은 성범죄자가 비아그라를 먹으면 어떻게 될까? ‘성관계가 가능할 수 있다’가 정답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금년 1월 말 현재 비아그라의 복제약은 엠슈타인(동국제약·필름형), 팔팔(한미약품·추정), 스피덴(일동제약·세립형) 등 총 67개 품목이 허가받았다. 알약, 필름형, 추정, 세립형 등 제형도 다양하다. 비아그라(화이자), 시알리스(릴리), 자이데나(동아제약), 제피드(중외제약) 등 신약 브랜드를 포함하면 80가지에 육박한다.

이처럼 최근 한국에 발기부전치료제(발기약, 발기유발제)가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화학적 거세를 당해도 발기약을 복용하면 성욕이나 발기가 살아날 수 있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건강]‘화학적 거세’해도 발기약 먹으면 성관계 가능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심봉석·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김세웅·고려대 안산병원 비뇨기과 박재영 교수와 이윤수 비뇨기과 원장(한국성과학연구소장)의 도움말로 화학적 거세와 발기부전치료제의 함수관계를 알아본다.

성욕 유발 ‘테스토스테론’
거세만으론 분비 차단 한계
성범죄자 감시체계 강화
정신심리적 치료 집중해야


■ 고환에서 성호르몬 못 나오게

발기를 일으키는 작용은 크게 다음 두 가지가 있다. 오감(五感)의 성적 자극을 인지해 성적 흥분을 일으키는 대뇌(신경학적)의 작용과, 성적 흥분에 의해 음경과 귀두(해면체)에 혈액을 쏠리게 해 발기를 일으키는 물리적 생리작용이다.

[건강]‘화학적 거세’해도 발기약 먹으면 성관계 가능

남성의 발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 호르몬이다. 주로 대뇌에서 성적 욕구를 조절하여 성욕을 일으키고 성적 흥분에 관여한다.

또 일부는 음경에 직접 작용해 발기력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대부분 고환에서 생산되며 부신에서도 5% 정도가 분비된다.

거세는 이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막는 것이다. 화학적 거세는 테스토스테론 분비의 시발점인 뇌에 작용하고, 물리적 거세는 고환 자체를 제거해 고환에서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는 것을 막는다. 이렇게 되면 성적 자극에 대한 반응이 떨어지고 성욕이 억제될 수 있다.

■ 거세해도 발기약이 발기 도와

고환에서의 남성 호르몬 생성을 일시적·영구적으로 억제하면 충분히 성범죄가 방지될까. 상당 부분 그렇지 않다. 거세가 되어 고환에서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부신에서 분비되는 테스토스테론은 계속 나온다.

발기가 유지되려면 일단 음경에 들어온 혈액이 빠져 나가지 말아야 한다. 발기약의 작용 원리도 이와 같다. 발기약 자체가 발기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자극에 의해 일어난 발기를 유지시켜 주는 것이다. 따라서 화학적 거세자가 약물의 도움을 받는다면 정상인처럼 강력하지는 않아도 충분히 발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성폭력 범죄자들은 단순히 성욕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문제가 더 심각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반적인 성적 흥분이 아니더라도 발기가 가능한 경우가 있다. 발기약 복용 자체가 성욕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결국 화학적 거세든 물리적 거세든 발기를 완전히 막지 못한다는 얘기다. 특히 발기유발제의 효과는 이들에게서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 호르몬이 억제된 상태에서 발기가 일어난다고 해도 성적 쾌감이나 절정감은 떨어질 수가 있으므로 변태적인 성향을 보이거나 다른 포악한 성폭력, 엽기적인 행위 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 발기약 차단·정신치료 병행을

그러므로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는 그 자체로 끝날 것이 아니라 정신심리적인 치료에 더 비중을 두어야 하고, 이들을 적절하게 감시할 수 있는 법적 사회적 체계가 정립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근본적으로 성범죄자들이 발기약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장치가 요청되고 있다. 우선 병원에서 처방전 발급을 금지하는 코드를 입력할 필요가 있다.

발기약 마케팅 경쟁이 점점 거세지고 퀵 서비스로 짝퉁 발기약을 불과 몇 시간 안에 전달받을 수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런 현실은 성폭력을 부추길 뿐만 아니라 성범죄를 근절하는 데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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