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사격 탄흔’ 전일빌딩 5·18 사적지 됐다

2017.08.14 21:32 입력 2017.08.14 21:41 수정

광주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의 현재 모습.

광주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의 현재 모습.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을 마주하고 있는 10층 높이의 전일빌딩은 1980년 5·18민주화운동의 ‘목격자’다. 도청 앞 광장과 금남로에서 공수부대가 시민들을 학살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도청 진압작전이 펼쳐졌던 5월27일 새벽 전일빌딩도 공수부대의 목표였다. 계엄군은 총탄을 퍼부었다. 콘크리트 속에 탄흔을 품은 채 세월을 버텨온 낡은 빌딩은 37년 만에 5·18을 왜곡하려는 세력에게 다시 ‘진실의 저격수’가 됐다. 10층에서 발견된 총탄 흔적은 당시 계엄군이 헬기사격을 했다는 확실한 물증으로 지목된다.

한때 헐릴 뻔한 전일빌딩이 5·18민주화운동 사적지로 지정돼 광주시의 관리를 받게 됐다. 광주시는 “광주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 10층 내부와 건물 외벽 일부를 5·18사적 제28호로 지정하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5·18사적지는 ‘광주시 5·18민주화운동 기념사업 조례’에 근거해 시가 지정한다. 사적지가 되면 표지석이 설치되고 시가 관리를 맡는다.

전일빌딩이 5·18사적지가 된 것은 1980년 계엄군이 쏜 총탄 흔적이 무더기로 나왔기 때문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전일빌딩에서는 모두 245개의 탄흔이 발견됐다. 특히 10층 내부에서 발견된 총탄 자국 177개는 현재까지 “계엄군이 헬기에서 총을 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유일한 물증이다.

국과수는 지난 1월 “헬기가 호버링 상태(일정한 고도를 유지한 채 움직이지 않는 상태)로 고도만 상하로 변화하면서 사격한 상황이 유력하게 추정된다”는 감정서를 냈다. 전일빌딩은 당시 주변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헬기 같은 비행체에서 발사된 것이 아니라면 10층에 총탄 자국이 남을 수 없다는 것이 국과수의 결론이다.

이 건물은 1980년 이후 소유주가 몇 차례 바뀌다 2011년 법원 경매에 나왔다. 136억원에 빌딩을 매입한 광주도시공사는 건물을 헐고 옛 도청에 들어선 아시아문화전당과 연계한 시설을 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5·18 현장을 보존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계획을 바꿔 리모델링해 사용키로 하고 국과수에 조사를 의뢰했다.

이 건물은 5·18의 진실을 보여주는 현장이 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회고록 1권 <혼돈의 시대>에서 “헬리콥터 총격으로 부상한 사람들을 목격했다는 진술은 터무니없다”고 주장했다. 광주지법은 4일 “전일빌딩에 대한 국과수 감정서에 ‘헬기에서 발사됐을 가능성이 유력하게 추정됨’이라고 기재됐고, 10층 내부 탄흔이 헬기에서 발사된 것이 아니라면 그 원인을 달리 설명할 과학적 방법이 없다”며 ‘전두환 회고록’ 출판금지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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