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2600명의 밀린 임금 지급하라”… 거리로 나온 소방관

2024.06.05 15:11 입력 2024.06.05 15:32 수정 김태희 기자

정용우 소방을사랑하는공무원노조 경기본부 위원장이 5일 경기도청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태희기자

“소방관 2600명이 아직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땅히 받아야 할 우리의 임금을 지급하십시오.”

5일 경기도청 앞에서 피켓을 든 정용우 소방을사랑하는공무원노조 경기본부 위원장은 이같이 외쳤다. 피켓에는 “소방관 밀린 월급 지급하라” “믿고 기다린 미지급 수당 시간 지났으니 안 줘도 된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받지 못한 임금’을 돌려달라며 1인 시위를 벌였다.

정 위원장이 ‘받지 못한 임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2010년 3월부터 2013년 1월까지 있었던 ‘휴게 시간에 대한 시간외근무수당’이다.

당시 ‘지방공무원 보수업무 등 처리 지침’에 따르면 2010년 3월부터 2013년 1월까지 2년 11개월간 소방 공무원의 하루 중 최대 2시간이 휴게 시간으로 공제됐다. 이에 따라 경기지역 소방관 6000여명에 대한 수당 200억여원이 공제됐다.

소방관들은 휴게 시간도 실질적으로 업무상 지휘·감독 아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근무 시간에 포함해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은 대법원에서도 받아들여졌으며, 당시 비슷한 소송을 진행했던 타 시도 소방공무원들은 모두 지급받았다.

경기도에서 쟁점이 된 부분은 ‘소멸시효’다. 경기도는 2013년에 있었던 일로 이미 시효가 완성됐기 때문에 소방관들에게 수당을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수당채권은 일종의 임금채권으로 3년의 소멸시효를 적용받는다.

경기도 소방관들은 민법상 ‘권리남용’을 근거로 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맞섰다. 민법은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 등의 조치를 불필요하다고 믿게 만드는’ 등의 사정이 있으면 시효완성을 주장하는 것을 ‘권리남용’으로서 허용하지 않고 있다.

경기도 소방관들은 휴게 수당과 관련한 소방관들의 민원 질의에 소송 결과(당시 진행되고 있었던 별도의 초과근무수당 지급 소송)에 따르겠다는 식의 답변을 한 점, 내부망을 통해 미지급 휴게수당을 열람할 수 있도록 따로 관리해왔던 점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수당을 지급받지 못한 소방관 중 2600여명의 소방관은 이런 내용을 가지고 경기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수원지법은 지난해 12월 21일 경기도 소방관 2600여명이 제기한 ‘미지급 수당 청구 소송’에서 원고 측 청구를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경기도가 원고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였다거나 수당채권의 시효 완성 후에 이를 원용하지 않을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권리남용이라고 판단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경기도 소방관들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 첫 재판은 다음달 24일 열릴 예정이다.

정 위원장은 “재판의 요지는 주어야 할 수당이었지만 오래된 수당이라 줄 수 없다는 것”이라며 “경기도가 소멸시효를 주장하지 않았더라면 지급해야 하는 수당은 맞다라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시도의 소방관들은 모두 이 수당을 받았다”라면서 “경기도 소방공무원들은 이 수당을 줄 것처럼 행동한 경기도를 믿고 기다리다가 받지 못한 억울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은 “경기도를 믿고 기다린 마당에 이걸 두고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한다는 것은 단순한 금전 문제가 아니다”라며 “신뢰를 깨는 기만행위”라고 했다.

원문기사 보기
상단으로 이동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경향신문 뉴스 앱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