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률적 방역규제’ 비판한 오세훈, 4단계 오기까지 ‘꼬인 스텝’

2021.07.09 17:10 입력 2021.07.09 18:52 수정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 3개월 만에 고비를 만났다. 지난 6일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역대 최다치(583명)를 기록하는 등 4차 대유행이 본격 시작됐다. 오 시장은 영업시간을 똑같이 제한하지 않고 업종별로 달리 하자는 취지의 ‘상생방역’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제는 영업시간 제한에 더해 오후 10시 이후 대중교통 감축 운행을 단행하며, 감염 확산세를 잡기 위한 ‘일률적 규제’에 동참 중이다.

오 시장은 수도권 거리 두기 4단계 상향을 발표한 9일 방역 행보를 강화했다. 오전에 용산역 임시선별진료소를 방문했다.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크게 늘어 대기시간이 길고 의료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현장 점검에 나선 것이다. 오 시장은 선별진료소 근무자들을 만나 “시민들이 장시간 대기하며 겪는 불편함을 줄일 수 있는 앱(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오후엔 페이스북에 “‘북새통 선별검사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고 썼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오전 서울 용산역 임시선별진료소를 방문해 근무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오전 서울 용산역 임시선별진료소를 방문해 근무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세를 경고하는 발언 수위도 높였다. 오 시장은 지난 7일 “코로나 발생 이래 최대 위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학원·음식점·카페·노래방·PC방 영업주와 종사자들에 대한 선제검사 명령, 오후 10시 이후 버스·지하철 20% 감축 운행, 한강공원 등 야간 음주 강력 단속 등 강화한 방역 대책을 발표했다. 모두 정부 대책과 기조를 같이할 뿐만 아니라 서울시가 앞서 시행한 적도 있는 대책들이다.

일각에선 쓴소리가 나온다. 오 시장의 취임 이후 메시지가 줄곧 ‘방역 완화’로 이해됐기 때문이다. 최근 발언과 행보가 급격히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 우형찬 서울시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오 시장이 추진한 ‘서울형 상생방역’은 사실상 방역조치를 완화해 시민의 긴장감을 무너뜨렸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원래 선거 공약으로 ‘업종별 거리 두기 재설정’을 제시했을 만큼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상 방역 규제를 푸는 데 촉각을 세웠다. 오 시장은 지난 1월 서대문구 한 PC방을 방문해 “(영업제한 시각이) 밤 9시라는 근거가 굉장히 부족한 것 같고 업종마다 형평성에 많이 안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한국단란주점업중앙회·한국콜라텍협회 업주들이 지난 6월4일 서울시청 앞에서 집합금지 조치를 규탄하며 삭발했다. 연합뉴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한국단란주점업중앙회·한국콜라텍협회 업주들이 지난 6월4일 서울시청 앞에서 집합금지 조치를 규탄하며 삭발했다. 연합뉴스

실제 서울시는 오 시장 취임 직후 업종별 영업시간 연장을 검토했다. 지난 4월10일 유흥주점과 음식점·카페 관련 민간협회에 영업시간 연장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영업제한 완화 대신 자가검사키트 도입이란 보완책도 꺼냈다. 오 시장은 4월12일 기자회견에서 “영업장 자가진단키트 활용을 전제로 하면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영업시간 연장이 가능해지는 등 방역체계에 완전히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기대는 빗나갔다. 정부와 두 달 가까이 협의하는 과정에서 사업 규모는 대폭 축소됐다. 서울시 방역 기조는 점차 ‘독자적 완화’에서 ‘정부와 협의’로 기울었다. 4~6월 내내 하루 확진자는 100~200명대를 웃돌며 방역 조치를 완화하기엔 지역사회 잔존 감염 규모가 적지 않다는 걸 드러냈다.

자가검사키트는 콜센터·물류센터·기숙학교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데 그쳤다. 서울시는 지난 6월18일 기준 모두 15만3127건 검사에서 확진자 4명을 발견한 것을 두고 “자가검사키트 효과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업종별 영업시간을 달리 한다는 ‘서울형 상생방역’은 25개 자치구 중 마포구·강동구에만, 그것도 체력단련장과 실내골프연습장에만 적용됐다. 이 역시 한 달 시범사업이었다. 음식점·카페·주점·노래방 등에서 시행하는 방안은 “추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한 달도 안돼 거리 두기 4단계로 가는 상황을 맞았다.

최근에도 서울시는 집회 인원·장소에 관한 자체적인 제한 조치를 완화하기로 했다가 하루 만에 번복했다. 이미 하루 확진자 수가 300명대를 기록하던 때여서, 서울시의 방역 긴장감이 느슨해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지난 4일 오 시장이 연일 대선 행보 중인 이재명 경기지사 관련 발언을 쏟아내자 “집단면역 형성,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희망이 조금씩 흐려져 간다”며 “오 시장은 정치평론보다 시정에 좀 더 집중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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