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교육감, 국민참여재판 당선무효형 파장
재판부 “진위 확인 안 해”… 진보 교육계 ‘당혹감’
보수단체·새누리당 직선제 폐지 주장 힘 받을 듯
항소 뜻을 밝혔지만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으면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추진한 교육정책은 사실상 동력을 상실했다. 교육감 직선제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교육계와 정치권 일각의 주장도 힘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 교육감 재판은 지난 20일부터 나흘간 국민참여재판 형식으로 진행됐다. 재판의 주요 쟁점은 고승덕 후보가 영주권이 있다는 것이 허위사실이라 하더라도 조 교육감이 당시 이것이 허위임을 인식하지 못했고, 또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지였다. 허위사실공표죄는 공표 당시 해당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처벌하지 않는다.
하지만 재판부는 고 후보의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에 대한 조 교육감의 발언에 대해 “피고인에게는 미필적으로나마 사실이 허위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보이고, 그런 의혹이 진실한 것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 교육감이 최경영 기자 트위터 내용의 진위 여부나 최 기자와 고 후보의 친분 여부를 확인하라고 지시하지 않은 점, 3자로부터의 제보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조 교육감이 해당 의혹에 대해 충분한 사실 확인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조 교육감 측이 고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고의로 공표해 선거에서 이익을 보려 했다며 벌금 700만원을 구형했다. 조 교육감 측은 당시 의혹 제기는 후보자 검증의 일환이었으며 사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맞섰으나 배심원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재판부는 시민 배심원단의 평결을 기다렸다가 저녁 늦게 조 교육감에 대한 선고를 내렸다.
내심 무죄를 바랐던 조 교육감 측은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배심원 7명 전원 유죄 평결과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으면서 향후 행보에서 정치적 부담이 커진 셈이다. 조 교육감은 “1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서울 교육의 여러 핵심 정책들은 굳건히 추진하겠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지만, 교육청 내 조직 장악력이나 정책 추진력도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
진보성향 교육단체와 학부모단체도 “검찰권력이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관계자는 “지극히 정치적인 판결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이 이끌어온 서울 교육 정책들은 기로에 서게 됐다. 혁신교육지구 사업과 혁신학교 확대, 자사고·특목고 선발권 제한, 고교 자유학기제 등 서울시교육청의 정책은 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 정부와 갈등 중인 누리과정 예산 편성 문제도 난항이 예상된다. 과거 곽노현 전 교육감이 재판을 받으면서 고교선택제 폐지, 서울학생인권조례 제정 등 교육 정책들도 무산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