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하청 노동자 산업재해···대법 “원청 재해보험으로 보장해야”

2023.09.05 13:44

서울 서초동 대법원. 경향신문 자료사진

서울 서초동 대법원. 경향신문 자료사진

원청과 직접 계약을 맺지 않은 재하청 업체 노동자가 사고를 당했더라도 원청 업체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가 한 손해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2014년 신축공사 현장에서 배전반을 옮기는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됐다. 작업을 맡은 원청은 전기통신공사업을 하는 B사였고, A씨는 B사와 배전반 설치 계약을 맺은 하청업체가 인력용역회사(재하청업체)에 의뢰해 투입됐다.

A씨는 B사가 근로자재해보상 책임보험에 가입한 보험사를 상대로 2015년 2월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이 하청업체 근로자인 만큼 보험사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험사는 A씨를 하청업체 근로자로 볼 수 없기에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보험 약관상 ‘하청업체 근로자’에 재하청업체 근로자도 포함되는지를 두고 하급심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A씨를 B사의 하청업체 직원으로 볼 수 있다고 봤지만 2심은 판단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B사의 하청업체 근로자에 해당해야 한다”며 “A씨는 하청업체의 구체적 지휘감독을 받는 실질적 피고용자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재하청업체 노동자인 A씨에게도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B사와 계약을 맺은 하청업체는 배전반을 제조할 뿐 운반·설치할 능력이 없었다. 재판부는 B사가 이런 사정을 파악하고 ‘작업을 같이 할 전문업체를 구해 설치 작업까지 마쳐달라’고 요구한 점, 협의 결과 견적서에도 ‘도비(운반·설치) 용역 포함’이라고 기재된 점을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비록 직접 계약을 체결한 것은 아니지만 이 사건 도급계약 체결 당시부터 작업의 상당 부분인 운반·설치 작업이 B사 요구에 따라 재하청업체가 담당하기도 예정돼 있었다”며 “재하청업체가 원청과 직접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A씨가 보험계약 담보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원심 판단에는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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