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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사령관·사단장, 비화폰으로 수차례 통화…추가 검증은 미제로

2024.04.19 07:00 입력 2024.04.19 08:42 수정 강연주 기자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25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발언대에 나와 모두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받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해병대 채모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기간에 ‘비화폰(안보전화·도청방지 휴대전화)’을 사용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과 수차례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사령관은 임 전 사단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결과에 대해 이른바 ‘VIP(윤석열 대통령을 지칭) 격노 발언’을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게 말한 것으로 지목되는 등 수사 외압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두 사람의 통화가 수사단의 초동수사결과 발표가 있던 때에 이뤄진 것으로 밝혀져 ‘윗선 외압 의혹’을 규명할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김 사령관은 자신의 비화폰으로 임 전 사단장과 수차례 통화했다. 지난해 7월29일 2건, 8월1일 4건이다. 박 대령 측은 해병대 수사단이 국방부에 초동수사결과를 발표한 지난해 7월30일 전후로 잦은 통화가 있었던 사실에 주목한다. 박 대령 측 변호인인 김정민 변호사는 “통상 작전상황을 공유하는 비화폰의 사용 목적을 고려하더라도 해병대 수사단이 초동수사결과를 발표한 지난해 7월30일 무렵 전후로 여러 통화를 주고 받은 정황은 석연치 않다”고 말했다.

해당 비화폰 내역은 박 대령 항명 사건을 수사하던 국방부 검찰단(군 검찰)이 지난해 8월 무렵 김 사령관으로부터 비화폰 통화 및 메시지 화면을 촬영한 사진을 임의제출 받으면서 확보됐다. 군 검찰은 비화폰에 대한 포렌식을 시도했지만 비화폰이 ‘데이터 반출 불가 목적으로 제작된 휴대전화’여서 포렌식 분석이 불가능했다고 한다.

김 사령관이 임의제출한 자료에는 임 전 사단장과의 통화 외에도 일반통화·메시지 기록 화면과 보안UC어플리케이션(보안UC앱)을 이용한 통화·메시지 목록 화면이 포함됐다. 군 검찰이 지난해 8월에 작성한 수사보고를 보면 김 사령관 비화폰의 지난해 7월28일부터 8월3일까지 일반 통화 내역은 0건었다. 반면 총 14건의 보안통화와 65건의 보안문자 내역이 확인됐다. 군 검찰은 이 보안통화 및 문자 내역에 대해 ‘해병대 소속 인원 외에 통화한 내역은 없다’고 했다. 윗선인 국방부나 대통령실 관계자는 없었다는 것이다.

박 대령 측은 채 상병 사건 의혹이 불거질 무렵 김 사령관의 비화폰 통화 내역이 중요한 수사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박 대령 항명 재판이 열리는 중앙군사법원을 통해 통신3사에 지난해 7월28일부터 8월9일까지의 통신내역조회 회신을 요청했으나 통신 3사로부터 ‘김 사령관 비화폰과 관련한 통화 내역이 조회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회신만 받았다.

박 대령 측은 김 사령관이 보안UC앱을 사용해 통화를 주고 받은 탓에 통신3사의 조회에 잡히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김 사령관이 비화폰으로 국방부나 대통령실과 통화한 정황이 있는지에 대한 추가 검증은 어려워졌다. 박 대령 측 변호인인 정관영 변호사는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불거질 시점에 굳이 비화폰 보안앱을 이용해 통화했다면 상대방과 당연히 민감한 내용을 나누지 않았겠냐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라며 “다만 김 사령관이 이 통화 내역을 일부라도 지웠다면 현재로서는 그것을 검증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 사령관은 지난해 군 검찰 측에 ‘비화폰 내 통화기록, 문자메시지 내역 등을 삭제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며 ‘비화폰의 경우 대부분 지휘통제팀장의 보고를 받는 용도로 사용했을 뿐 자주 사용하는 편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은 임 전 사단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와 문자로 연락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 임 전 사단장은 그간 언론에 “이 사건 사망과 관련해 해병대 수사단이 주장하는 사단장의 업무상 과실은 어느 것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주위 다수 법조인의 의견”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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