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검사, 채 상병 사건 관련 “사단장 형사책임 묻는 것 쉬운 일 아냐···내가 총대 멜까도 생각” 진술

2024.04.29 17:40 입력 2024.04.29 18:02 수정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과 그의 변호인이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리는 항명 혐의 3회 공판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수빈 기자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과 그의 변호인이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리는 항명 혐의 3회 공판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수빈 기자

해군 검찰단 소속 검사가 지난해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채 상병이 소속된 사단장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의견서 제출을 검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선에서 사단장의 책임을 거론하는 의견이 많았지만 군의 특성상 사단장의 권한이 막강해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29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해군 검찰단 소속 A검사는 지난해 10월 국방부 검찰단(군 검찰)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항명 사건 조사에서 이같이 진술했다. A검사는 “군에서 복무한 경험이 있는 모든 이들은 사단장의 위세를 알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며 “사단장을 조사하고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강하게 잡힌 군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채모 상병이 집중호우로 실종된 시민을 수색하다 사망한 뒤 채 상병 시신 처리 지휘를 하기 위해 변사사건 기록을 검토했다.

A검사는 “저도 개인적으로 군 검사 업무를 진행하며 영관급 장교들의 사건을 수사하면서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경험이 있었고, 장성급 장교를 조사하는 것은 비교할 바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군에서 사단장이 차지하는 지위 및 그 막대한 권한을 생각해볼 때 사건이 제대로 수사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전역이 얼마 남지 않아 그나마 군의 위계질서에서 자유로운 제가 총대를 메고 사단장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낼까 생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해병대 수사단이 사단장 수사를 할 때 검사 의견서를 근거로 삼으면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변사사건 기록에는 채 상병과 함께 수색작업에 참여한 관련자들이 간부와 병사를 막론하고 책임자로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을 지목하는 진술이 담겨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사단장 수사는 필요하다고 여겼다는 게 A검사의 진술 취지다. A검사는 상급자와 논의 끝에 의견서를 내지는 않았지만 관심을 계속 가졌다고 했다. A검사는 “혹여나 장성급 장교의 위세에 사건이 묻히게 될까 걱정돼 지속적으로 관심이 있었던 것은 맞다”고 말했다.

해군 검사 “성역 없이 조사한 수사단 존경…용기 있는 판단” 진술도

A검사는 지난해 8월 초 해병대 수사단이 수사 외압을 받았다는 전해들었다며 “해병대 수사단이 많은 부담을 안은 채 사단장에 이르기까지 성역 없는 조사를 했으니 군 검사도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단장 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법리, 판례 등을 검토해 해병대 수사단에 전달했다.

다만 A검사는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결과를 군 검사와 충분히 논의하고 확인받았다’는 박 전 수사단장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자신이 전달한 것은 해군 검찰단의 공식 의견이 아니라 개인적인 검토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A검사는 해병대 수사단이 당초 정한 일정대로 경찰에 사건을 이첩한 것에 대해 “양심에 따라 굉장히 용기 있는 판단을 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A검사는 “해병대 수사단이 최선을 다해 성역 없이 조사했다는 점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많은 부담감과 압박감을 이겨내고 법과 원칙에 따라 조사를 진행한 해병대 수사단의 충성심을 절대로 폄하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임 전 사단장은 자신에게 현장 통제 권한이 없었다며 안전에 대한 책임은 작전통제부장인 육군50사단장과 현장 부대장에게 부여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해병대 수사단이 임 전 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경찰에 이첩한 것을 부당하게 회수·재검토시킨 혐의(직권남용) 등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을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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