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보호소에서 ‘새우꺾기’ 당한 난민신청자, 국가 상대 손배소 1심 승소

2024.05.09 21:01 입력 2024.05.09 22:01 수정

배상금 1000만원 지급 판결

법무부 ‘인권 침해’ 사과 없어

피해자 출국, 법원 출석 못해

사지가 등 쪽으로 결박돼 몸이 꺾인 채로 방치되는 가혹행위인 이른바 ‘새우꺾기’를 당한 난민신청자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1심 법원이 외국인보호소에서의 가혹행위를 이유로 난민신청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인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71단독 김영수 판사는 9일 모로코 출신 A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2017년 10월 난민신청을 위해 국내에 입국한 A씨는 체류자격 연장 기한을 놓쳐 2021년 3월부터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돼 있던 중 ‘새우꺾기’를 수차례 당했다. A씨가 3개월간 12차례 이상 독방에 구금한 데 대해 항의하자 두 팔과 다리가 등 뒤로 묶여 결박된 상태로 장기간 방치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발목수갑, 케이블타이, 박스테이프 등 법령상 사람에게 사용할 수 없는 장비들이 사용됐다.

이 사건은 인권단체들이 A씨가 사지가 결박된 채 격리된 모습이 담긴 보호소 폐쇄회로(CC)TV 화면을 공개하면서 알려졌고 비판 여론이 일었다.

당시 법무부는 “보호장비 사용은 (A씨의) 자해방지와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사건이 인권침해라고 인정하고 법무부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법무부도 같은 해 11월 인권침해 사실을 인정했지만 A씨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진 않았다.

화성외국인보호소는 오히려 A씨가 보호소 직원을 폭행하고 물건을 파손하는 등 손해를 끼쳤다며 A씨를 두 차례 형사고발했다.

이에 인권단체들은 ‘외국인보호소 고문사건 대응 공동대책위’를 결성, A씨를 대리해 2022년 12월 법무부를 상대로 4000만원 규모의 국가배상 소송에 나섰다.

A씨를 대리한 김지림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오늘 법원의 판결은 국가폭력이 명백한 위법이었고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걸 명시적으로 말해준 중요한 판결”이라며 “법무부는 항소하지 말고 외국인보호소에서 인권침해가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 개선에 힘써달라”고 했다.

A씨는 2022년 2월 보호소에서 풀려났다. 그 후 ‘한국에 도저히 있을 수 없다’며 제3국으로 출국해 이날 선고를 들으러 법원에 오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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