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영어유치원, ‘적기의 성장’ 희생시켜 득보다 실

2012.01.09 19:00
김승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영어사교육포럼 부대표

“영어유치원 10곳이 생기면 소아정신과 1곳이 늘어난다는 말은 소아정신과 의사들끼리 흔히 하는 농담입니다. 여섯 살, 일곱 살은 아이들에게 어떤 시기일까, 부모들이 이런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하고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내는지 궁금해요. 분명 부모는 자신이 계획하는 아이의 미래와 현재의 과제를 생각하느라 지금 아이에게 정작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건너뛰었을 것입니다.”(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

“엄마들은 이런 사실을 몰라요. 실제로 영어학원에서 보면 5세부터 영어유치원을 다닌 아이와 초등학생이 된 이후에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아이가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레벨의 반에서 만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해요.”(김나경, 전 S영어전문학원 강사 및 교수부장)

많은 부모가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자녀를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앞에서 인용한 두 전문가의 이야기는 자녀교육에서 영어유치원이 놓치고 있는 중요한 사실 두 가지를 보여주고 있다.

[아깝다, 영어 헛고생](2)영어유치원, ‘적기의 성장’ 희생시켜 득보다 실

우선 영어유치원을 다니게 되면 조금의 영어실력을 얻는 대가로 이 시기 자녀에게 정작 필요한 성장을 놓칠 수 있다는 점이다. 6~7세는 아이들이 우리말을 익히면서 추상적 개념과 사고를 본격적으로 발전시키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 아이들은 ‘사과’ ‘자동차’와 같은, 구체적인 사물을 가리키는 말을 뛰어넘어 추상적인 어휘들을 익히게 되고, 비로소 말을 제대로 가지고 놀게 되면서 활발한 언어활동을 통해 세상과 사람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 그런데 영어유치원을 다니게 되면 익숙하지 않은 영어를 써야 하기 때문에, 예를 들어 “What color is it?” “It’s red”와 같이 자신의 인지 수준보다 낮은 3~5세 수준의 어휘와 대화 수준으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된다. 실제로 영어유치원과 공동육아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들의 창의력을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언어 창의력과 도형 창의력 모두 공동육아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들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소아정신과 의사인 서천석 선생님과 같은 분은 이 무렵의 아이들에게 말을 뺏는 것은 마치 어린 새의 날개를 부러뜨리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영어유치원이 놓치고 있는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영어학습의 효율성과 관련이 있다. 지난주 칼럼에서 말했듯이 우리나라와 같은 환경에서 ‘시작 시기’는 중요한 변수가 아니며 오히려 충분한 모국어 습득, 인지 수준과 이해력의 발달, 영어학습에 대한 동기부여 등이 어느 정도 갖추어졌을 때 시작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그런 이유로 영어는 ‘조기교육(早期敎育)’이 아니라 ‘적기교육(適期敎育)’이 중요한 것이다.

초등학교 2~3학년이 다른 아이가 영어유치원에서 2~3년 동안 배운 영어를 불과 몇 개월 만에 따라갈 수 있다면 자녀에게 정말 중요한 다른 성장의 기회를 희생시켜 가면서까지 굳이 영어유치원을 다니게 할 필요가 있을까? 결국 다른 아이에게 뒤처져서는 안된다는 불안감이 자녀와 부모에게 모두 부담이 되어 결코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으로 이끄는 것이다.

정 불안하다면 영어를 가끔씩 그리고 조금씩 접하게 해주면서 영어의 발음과 리듬을 경험하고 호기심 정도를 갖도록 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사실 자녀가 성장하면서 어떤 영어교육 방법은 옳고, 어떤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진다. 하지만 최소한 영어유치원으로 대표되는 영어 조기교육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헛고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제 영어유치원에 보낼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그동안 영어유치원 때문에 미루어 두었던 다른 곳에 과감하게(!) 투자를 하자.

※이 칼럼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noworry.kr)에서 제작한 ‘아깝다! 영어 헛고생’ 소책자 내용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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